22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보수 연합이 가까스로 승리했다. 하지만 의석수가 감소해 영향력이 약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중앙선거위원회는 개표가 99.5%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과 극우 베이테누당 연합이 전체 의석 120석 중 31석을 차지, 다수당이 됐다고 23일 밝혔다. 하지만 2009년에 비해 11석이 줄어들어 외신들은 네타냐후가 ‘패배나 다름 없는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도 좌파 예시 아티드당은 19석, 좌파 노동당은 15석, 극우 유대인가족당은 11석을 각각 차지했다.
우파 연합과 중도 좌파 정당이 각각 60석을 차지하면서 향후 연정 구성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19석을 차지하며 킹 메이커로 깜짝 등장한 예시 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49) 당수는 “이스라엘 국민이 극단주의나 비민주적 행동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폭넓은 연정 구성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이날 라피드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함께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외신은 선거 결과가 경제난 등 국내 문제를 소홀히 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핵무장 저지와 팔레스타인 강경책보다 물가와 실업률 등 경제난 해결을 원하는 중산층의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표율은 2003년 이후 최고치인 67%를 기록했다. 예루살렘 히브루대 댄 아브논 정치과학 교수는 “네타냐후 정권에 반대표를 던진 중산층이 늘었다”며 “차기 정부가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의 지난해 재정적자가 1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산적한 국내 문제로 네타냐후의 중동정책이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도 크다. 네타냐후는 그 동안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고집하며 미국과도 껄끄러운 관계를 맺어왔다. 로이터통신은 “치솟은 물가와 높은 세금 등으로 경제난이 심각한 가운데 팔레스타인과 이란에 강경책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함마드 이쉬타예 팔레스타인 정치 고문은 “네타냐후가 라피드와 연정을 꾸린다면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건설 등으로 마찰을 빚어온 두 국가의 충돌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도 정당 지도자들도 선거 전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구축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가 세 번째 임기를 맡으며 이스라엘의 보수 성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이란의 핵무장을 막는 것”이라며 강경책을 고집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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