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됐다. 이 후보자는 "규정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재직 시절 경리 업무를 담당한 김혜영 법원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특정업무 경비가 부실하게 관리됐음을 시인해 논란이 증폭됐다.
또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된 계좌에서 단기성 금융투자 상품인 마켓머니펀드(MMF)로 거액을 입금했던 것으로 드러나 특정업무경비로 금융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헌법재판소 김 사무관은 이 후보자가 2006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특정업무경비 3억2,000만원을 개인 계좌에 입금한 것과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이 후보자로부터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비서관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사용내역서를 받아서 일단 보관만 해왔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지침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강기정 인사청문위원장의 질문에 "위반인 것을 알면서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개인 계좌에 들어가면 개인 돈과 섞여지니 적절하지 않다"며 "자기 집 간장과 남의 집에서 빌려온 간장을 섞어서 그 중 일부를 썼을 때 내 간장을 썼다고 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그러나 "다른 재판관으로부터도 영수증을 받느냐"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 "사용내역서만 받는다. (영수증은) 안 받는다"고 말해 특정업무경비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헌법재판관 9명이 각자 별도 통장 또는 별도의 근거를 갖고 돈을 보관하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모두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관행상 문제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이 후보자가 모든 의혹과 부적절한 처신을 '관행'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다른 재판관들은 연구관과 나눠 쓰며 공적으로 사용했지만, 후보자만 고스란히 개인 통장에 넣고 사용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된 계좌에서 제3의 계좌로 1억7,000만원이 이체됐다"며 제3의 계좌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제3의 계좌 존재를 부인하다가 이날 밤늦게 "MMF 통장이 있었다"며 시인했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집중 투자해 은행 이자보다 수익이 높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단기성 금융상품이다. 박범계 의원은 "MMF에 하루 혹은 이틀씩 넣었다 빼고 하는 행태가 특정업무경비를 제대로 사용한 것인가"며 "도덕적으로 안 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이 후보의 장남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잦은 해외 출장 등을 두고서도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연대장 테니스병으로 복무한 장남이 일반 병사의 평균 휴가 일수인 43일을 훨씬 넘는 97일의 휴가를 받았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군 생활을 잘해서 포상휴가를 받아 자랑할 만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10년 프랑스 출장 때 딸과 함께 스위스를 방문한 데 대해 "휴가로 달았으면 되는데 문화시찰이라고 붙인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또 2007년 9월에 앞서 2006년 11월에도 10만원 규모의 정치후원금을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기부한 것으로 추가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속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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