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22일 내놓은 연금 개선안은 연금고갈 시기를 늦춰보자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정부는 '저부담-고급여'구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1998년 연금 개시연령(당시 60세)을 올해부터 5년마다 1세씩 높여 2033년에는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는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한 '1차 연금개혁' 방안이 시작되는 해인 셈이다. 따라서 연금개혁안이 시행되는 첫해에 기존 가입자의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이 당초 개혁안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새로운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평균 수명의 급속한 증가 때문이다. 의료기술의 발전, 영양상태의 개선 등으로 매년 0.3~0.4세 가량 높아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국민연금 재정에 재앙적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1차 개혁안이 마련된 98년에는 2020년 무렵 가입자 평균 수급기간이 '남성 16년ㆍ여성 20년' 내외로 예상됐으나, 현재는 '남성 21년ㆍ여성 26년'으로 늘어났다. 물가 상승에 따라 매년 연금 액수가 늘어나는 걸 배제하더라도, 연간 1,000만원을 받는 남성의 경우 당초 1억6,000만원이던 생애 총 수령액이 2억1,000만원으로 3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시나리오별 장기 추계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작년처럼 60세부터 연금을 지급하면 2035년 1,603조원까지 불어난 적립금이 이후 급속도로 감소해 2,050년(-199조원)에는 완전 고갈된다. 지급 개시연령을 2033년까지 65세로 높일 경우 고갈시점(2060년)은 10년 가량 미뤄지며, 지급 연령을 2034년까지 68세로 올려도 재정이 바닥나는 시점은 2069년으로 연장될 뿐이다. 요컨대 지급 개시연령을 기대수명에 맞추는 게 재정안정화의 '최종 해법'인 셈이다.
공단은 선진국 사례를 봐도, 2034년까지 지급 개시연령을 68세로 올리고 이후 기대수명에 연동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65세이던 지급 연령을 67세(덴마크ㆍ독일)나 68세(영국)로 상향 조정한 선진국의 경우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자 기대수명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2078년 무렵의 연금 지출액은 당초 계산(1,000조원)보다 150조원 가량 줄어들 게 될 것이라는 게 공단의 추계이다.
하지만 연금공단의 대담한 제안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기존 가입자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강제 납입하는 준조세인데다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여서 ▦연금재정 안정 ▦세대 간 수급 불균형 해소 등의 명분에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방안이 시행되려면 정년 연장과 고령근로의 확대와 같은 제도적ㆍ사회적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은퇴 후 연금수급까지 대기 기간이 길어져 고령계층의 빈곤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는 한편, 장기 근속에 따른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금피크제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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