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관악구 신대방동 보라매 공원 옆 음식물쓰레기 적환장.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음식물쓰레기 봉투에서 음식물쓰레기 폐수(음폐수)가 뚝뚝 떨어진다. 흘러나온 음폐수는 적환장 바닥을 흥건히 적신 뒤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하수구로 흘러 든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던 민간업체가 비용인상을 요구하며 구청과 갈등을 빚다 지난 10일부터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중단한 뒤로 이곳에 쌓인 음식물쓰레기는 무려 200톤.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도 제대로 수거하지 못해 골목마다 방치돼 있는 쓰레기까지 합치면 관악구 일대만 350톤을 넘는다. 주민 조모(29)씨는 "겨울이라 다행이지 여름이었으면 악취 때문에 하루도 못 견뎠을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 인상을 놓고 자치구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쓰레기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2일 상당부분 민간에 위탁하던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공공처리로 돌리겠다는 긴급 대책을 내놨지만, 이를 놓고 비난 여론에 따른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갈등 원인은 가격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양측간의 갈등은 처리업체들이 비용인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서울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3,347톤인데 이중 2,276톤을 민간업체가 위탁처리하고 있다. 업체들은 톤당 평균 7만7,000원 수준인 처리비용을 12만7,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런던협약에 따라 1월 1일부터 음폐수 해양배출이 금지되면서 처리 단가가 올랐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시와 자치구들은 인상폭이 너무 크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체 요구를 수용할 경우 서울 16개 자치구가 추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연간 3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7일 성북구를 시작으로 도봉구, 관악구에서 일부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인 서울시의 대응
서울시는 자치구와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음식물폐기물자원화협회(음자협)를 상대로 지난 14일부터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는 22일 자원순환사회연대, 음자협, 각 자치구, 전문가 등 11명으로 구성된 '표준단가 산정 위원회'를 만들어 23일부터 협의를 시작해 이달 말까지 가격협상을 마무리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음자협측의 입장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한 음자협 관계자는 "23일 회의는 이미 불참을 통보했고, 위원회 구성 또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서울시의 발표를 일축했다.
시는 급기야 현재 5곳인 음식폐기물 처리시설을 2018년까지 3곳 확충해 공공처리능력을 95%(하루 1,910톤)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63% 수준인 음식폐기물 민간위탁 비중을 5% 수준으로 떨어뜨려 '쓰레기 대란' 발생 가능성을 아예 없애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의 이런 계획이 최근 비난 여론에 따른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시의 계획은 음식쓰레기 종량제 시행에 따라 음식쓰레기가 지금보다 40%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일부 자치구에서 이달부터 전면 시행된 종량제가 다른 자치구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시는 또 500억원을 투입해 서남물재생센터와 연계한 강서처리시설을 조성키로 했지만, 추가 예산 마련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또 중랑ㆍ은평 시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돼온 계획이지만 주민 반대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임옥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음식물쓰레기 양을 종량제로 20%, 대ㆍ소형감량기 도입으로 20%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차질 없이 음식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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