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3기 서울시장에 당선돼 2002년 취임한 이명박 전 시장은 취임사에서 '청계천'을 12번, '시정(市政)'을 10번 언급했다. 2006년 당선된 오세훈 전 시장의 취임사에선 '청계천'이 사라진 대신 '문화'(21회), '세계'(18회), '경쟁력'(12회)과 같은 단어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취임사에선 '복지'(7회)와 '삶'(6회)이 가장 강조됐다.
최근 10여년간 서울시정의 발전 방향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청계천'에서 '문화'를 거쳐 '복지'로 변화한 셈이다. 서울연구원은 22일 공개한 '미래서울 2030, 도시생활양식과 도시공간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역대 민선 서울시장 취임사 담론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청계천 복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전 시장은 취임사에서 '청계천'외에 '문화'(7회), '경제'(6회), '일자리'(5회)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했다. 이 전 시장은 당시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경제와 일자리 분야의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오 전 시장은 '경쟁력', '상상력'(8회), '창의'(8회), '한강'(7회) 등을 새롭게 강조했고, 이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디자인 서울' 정책으로 이어졌다.
시민의 삶과 복지를 강조한 박 시장 역시 취임사 내용 대로 친환경 무상급식,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서울시민복지기준선 도입 등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서울시의 사회복지 예산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렸다.
취임사에서 언급된 단어들을 안전성, 공정성, 포용성, 창의성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적용ㆍ분석한 결과 이 전 시장은 안전성과 포용성에 중점을 두고 시정을 펼친 반면 공정성에선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창의성, 박 시장은 공정성과 포용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됐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장은 "빈출단어를 통해 역대 서울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살펴보면 이 전 시장은 대중교통체제 개편과 자연 환경에 대한 복원을 강조했고, 오 전 시장은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박 시장은 자연재해로 인한 방재와 먹거리 안전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