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들이 의전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다음으로 예우했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전ㆍ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다음으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신화통신과 CCTV는 22일 양바이빙(楊白氷) 전 군사위 비서장의 장례식에 애도를 표한 지도부의 이름을 열거하며 후 주석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에 이어 장더장(張德江), 위정성(兪正聲), 류윈산(劉雲山), 왕치산(王岐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현 상무위원들을 호명한 뒤 맨 마지막으로 장 전 주석을 열거했다. 장 전 주석의 화환이 현직 상무위원들의 화환 다음에 놓인 모습도 CCTV 화면에 포착됐다. 공식 행사에서 장 전 주석의 이름이 상무위원 뒤에 불린 것은 그가 2004년 말 중앙군사위 주석에서 퇴임한 뒤 처음이다. 장 전 주석은 그 동안 공식 석상에서 후 주석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예우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8일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도 후 주석에 이어 두번째로 입장, 주석단의 맨 앞자리 중앙에 앉았다. 새 지도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딩광쉰(丁光訓) 전 정협 부주석 장례식에서도 장 전 주석은 후 주석과 시 총서기에 이어 서열 3위의 대접을 받았다.
그러던 장 전 주석의 의전 서열이 조정된 것은 후 주석이 18차 당 대회에서 시 부주석에게 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함께 이양하며 완전 은퇴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후 주석의 이 같은 처신은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 애쓴 장 전 주석에게 사실상의 동반 퇴장을 압박해 왔다.
한편 미국에 본부를 둔 중문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은 8일 소식통을 인용, 장 전 주석이 최근 당 중앙에 친필 서한을 보내 당과 국가의 의전 순서에서 자신이 다른 원로들과 동등하게 처리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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