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 공명당과 관계 균열의 조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알제리 인질 사건을 계기로 자위대의 해외 파견 조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연립정당인 공명당이 반발해 양당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2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28일 개원하는 정기국회에 자위대법 개정안을 제출키로 하고 구체적인 문건을 작성 중이다. 현행 자위대법은 긴급사태가 발생한 국가의 공항이나 항구에 자위대 항공기나 함선을 파견, 일본인을 본국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안전 확보가 전제조건인데다 현지 국가의 육로 수송은 금지하고 있고 무기 사용도 정당방위에만 한정돼있다. 그러나 알제리 인질사건으로 7명 이상의 일본인이 희생되자 이런 제약들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민당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21일 “안전 확보가 전제된다면 자위대가 아니라 민간 항공사가 가도 되는 것 아니냐”며 여러 전제조건의 철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민당은 사건 현장에서 공항이나 항구까지 육로 수송을 가능하게 하고 무기 사용기준도 ‘경호상 필요한 정도’로 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주의를 강조하는 공명당은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21일 열린 자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자위대 파견 문제는 의제로조차 삼지 않았다. 이노우에 요시히사(井上義久) 공명당 간사장은 “자위대의 실력행사를 동반하는 해외 파견은 정부 제출 법안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행정부에 맡기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시바 간사장은 “자민당과 정부의 조정을 우선시 한 다음 때때로 공명당에도 상황을 설명하겠다”며 단독 개정안 제출 의사를 밝혔다.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문제를 두고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21일 “센카쿠 문제의 해결을 장래 세대에 맡기는 것이 당장 예기치 않은 사태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군용기 모두 (센카쿠) 영공에 들어가지 말자”고 제안했다. 양국이 실력 행사로 맞서서는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센카쿠를 둘러싼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자민당은 충격에 빠졌다. 자민당의 보수 성향 의원들은 공명당과 연립을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마구치 대표는 2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방중 기간 동안 시진핑 중국 총서기와 회담할 예정이다. 자민당에는 야마구치 대표가 섣부른 센카쿠 발언이 일본 우익 세력을 자극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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