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을 인정한 대가로 돈을 받아 유럽 각지의 부동산을 비밀리에 사들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 폭로했다.
가디언은 “영국 런던 뉴본드 스트리트에 있는 최고급 보석상점 불가리와 세인트제임스 스퀘어의 AC투자은행 건물 등이 교황청의 비밀재산”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교황청은 1929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을 인정한 대가로 받은 돈으로 역외회사를 통해 이 부동산들을 사들였다. 당시 교황청은 이탈리아를 국가로 승인하는 대신 이탈리아는 교황청에 대한 교황의 절대적 주권과 독립을 보장하는 라테란 조약을 맺었다. 이때 교황청이 무솔리니에게서 받은 비자금의 규모는 지금 가치로 5억파운드(8,442억원)가 넘는데, 교황청은 이 돈으로 2006년 세인트제임스 스퀘어 일대를 1,500만파운드(252억원)에 사들였다. 교황청은 또 영국은 물론 프랑스와 스위스에도 비밀리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인트제임스 스퀘어 일대 건물은 브리티시 그로룩스 투자사 명의로 돼 있지만 실제 소유주는 베일에 가려 있다. 브리티시 그로룩스 측은 실소유주 는 밝히지 않은 채 저명한 가톨릭 은행가인 존 발레이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CEO)와 로빈 허버트 두 명의 주주 이름만 공개했다.
가디언은 “기록을 추적하면 브리티시 그로룩스의 실소유주는 프로피마라는 스위스 기업”이라고 전했다. 영국 국립기록보관소에 따르면 프로피마는 교황청 소유의 지주회사여서 런던과 파리 등의 부동산은 실제 교황청이 소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은 교황청이 영국에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을 비밀로 하는 이유와 비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런던의 안토니오 멘니니 대주교에게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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