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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3> 상식(常識)과 허구(虛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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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3> 상식(常識)과 허구(虛構)

입력
2013.01.2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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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출애굽기 12장을 보면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와 문인방에 뿌리면 죽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필자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성경 내용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앙심이 그다지 깊지는 않았기에 성경 내용에 대해 아주 자세히는 알지 못하나 아직도 몇몇 구절은 가끔 생각 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유월절(Passover)과 관련된 내용이다.

유월절은 유대인들의 최대 명절로서 그 유래를 보면, 고대 유대인들은 이집트의 노예였으나 신(神)이 이집트 왕에게 노예를 풀어주라고 '모세'라는 종교 지도자를 통하여 명령했으나 이집트 왕이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은 노예들을 풀어주도록 하기 위해 이집트에 10가지 재앙을 내리는데 그 첫 번째 재앙은 나일강 물이 피가 되어 마시지 못하게 되었고, 두 번째 재앙은 엄청난 수의 개구리들이 온 나라를 뒤덮었고, 세 번째 재앙은 티끌이 모두 피를 빠는 이(蟲)가 되어 사람과 짐승을 괴롭혔고, 네 번째 재앙은 집집마다 파리 떼가 들끓었고, 다섯 번째 재앙은 가축들이 몰살되었다.

여섯 번째 재앙은 두드러기와 종양들이 사람과 짐승에 생겼고, 일곱 번째 재앙은 불덩어리가 섞인 우박이 하늘에서 내렸고, 여덟 번째 재앙은 메뚜기가 온 땅을 다 덮어 버렸고, 아홉 번째 재앙은 3일 동안 하늘이 깜깜해져서 공포에 떨게 하였고, 열 번째 재앙은 이집트에서 태어난 모든 첫 아이와 가축들을 죽음의 사자를 보내 죽이는 것인데 만약, 집의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둔다면 죽음의 사자가 그냥 지나치게 되므로 그 집에는 자식이 죽지 않았다고 한다.

유월절은 바로 이 열 번째 재앙을 무사히 넘겼음에 대해 기리고, 감사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위 열 가지 재앙에 대해 종교인이 아니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과연 그랬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충분하나 기독교인이라면 지금도 위 내용은 100% 사실로 믿고 있는 상식 그 자체다.

필자 역시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의 10가지 재앙이 전혀 허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자는 역술인(易術人)이기에 위 사안들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이 가능한데 특히, 열 번째 재앙과 관련하여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랐다는 부분에서 몹시 흥미를 느낀다.

성경 출애굽기 12장에 보면 '유월절에 어린양을 잡아 우슬초 묶음에 그 피를 적셔서 문인방과 문설주에 뿌리고 아침까지 한 사람도 문 밖에 나가지 말라' 라는 부분이 있는데 기문(奇門) 부적(符籍)에서도 길방(吉方), 길일(吉日), 길시(吉時)를 택하여 하늘에 제를 지낸 후 하늘로부터 허(許)함이 오면 황지(黃紙)에 깨끗한 붓과 경면주사(鏡面朱沙)를 이용하여 정성을 다해 그린 후, 하늘에 고하고 문 입구 혹은 문 주변에 붙이거나 그리는 방식이기에 성경 속 내용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길일은 유월절, 경면주사는 어린양의 피, 황지는 우슬초 묶음, 문은 방향이자 소통의 매개체로써 '문 밖'과 그 의미를 같이하며 특히, 기문학의 팔 문(八門)중에서 죽음의 문을 의미하는 사문(死門)이 있는 방향으로는 출행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만약 꼭 가야만 한다면 통과를 허락하는 하늘의 부적을 지녀야만 안전한데 이러한 점들이 서로 매우 흡사하다 하겠다.

특히, 기문은 종교는 아니나 팔방(八方)에 있는 하늘의 신령의 존재를 중요시 하는데 이 신령 중 죽음을 관장하는 존재도 있고, 축복을 관장하는 존재도 있어 특정 시기가 되면 인간에게 여러 영향을 끼치는데 성경 속에 나오는 천사나 사탄(마귀)과 그 역할이 거의 흡사하다.

아울러, 기문에서도 '너의 믿음대로 되리라'와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점사가 나오면 어떤 사람은 마음을 평정히 하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되묻는 등 불신의 극치를 보이는 자도 있다. 이 경우, 후자의 경우는 현실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문득, 필자는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이집트에 있는 모든 히브리 족속들이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발랐을까? 귀찮아서 염소의 피를 발랐거나 혹은 아예 바르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비록 성경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왠지 납득이 되지 않았기에 약간이나마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자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그런 자들은 죽음의 재액을 받았을 것이다.

기독교 외에 불교나 타 종교, 심지어 기문에서도 위와 같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사례들이 수없이 많은데 내가 납득되지 않는다 하여 무조건 허구니 미신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열린 마음으로 자연계 속의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 그 자체로 받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세상에는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들이 너무 많다.

역술인 부경(赴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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