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보조금지급으로 제재를 받은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에 들어갔던 지난 2주일 사이 5만7,000명이 넘는 가입자를 타 이동통신사로 빼앗긴 것으로 드러났다. LG유플러스의 손발이 묶인 사이, SK텔레콤과 KT가 가입자 유치에 총력전을 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도 조만간 영업정지가 예정되어 있어, 똑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동통신 3사끼리 출혈을 감내하며 뺏고 뺏기는 혈투를 거듭하고 있지만, 최종 결과는 원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에 들어간 지난 7~17일 총 5만7,364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갔다. 이중 71%인 4만628명은 SK텔레콤으로, 29%인 1만6,736명은 KT로 각각 이동했다. 일단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쟁탈전에선 SK텔레콤이 KT에 압승을 거둔 셈이다.
이 기간 중 SK텔레콤과 KT의 가입자 증감을 비교해보면 양사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LG유플러스 영업정지기간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SK텔레콤이 승승장구했다. SK텔레콤은 초반 대대적 마케팅 공세를 펼친 결과, 7~15일 중 매일 5,000~7,000명씩 가입자가 늘었다. 평소 가입자 증가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아이폰5가 19만원에 제공된다는 소문도 돌았다.
급해진 KT는 막판 대공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KT로 옮기는 가입자에게 아이폰5를 11만원에 제공한다는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그 결과 KT는 막판 이틀(16~17일) 동안 8,354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반면, SK텔레콤은 5,347명이 감소했다.
양사의 가입자 유치경쟁이 워낙 치열해지자 방송통신위원회도 경고에 나섰을 정도. 지난 18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영업정지를 받았음에도 보조금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당국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SK텔레콤과 KT도 영업정지를 앞두고 있다는 점. SK텔레콤은 이달 31일부터 내달 21일까지, 곧이어 KT가 내달 22일부터 3월13일까지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SK텔레콤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4만명 넘는 알토란 같은 가입자를 빼앗긴 LG유플러스는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 반격에 나설 것이고, KT 역시 다가올 영업정지 기간 중 가입자가 빠져나갈 것까지 감안해 총공세를 펼칠 것이 뻔하다. 이어 KT가 영업정지가 들어가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똑 같은 가입자전쟁을 펼칠 것이 확실시된다.
상대방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가장 손쉽고, 가장 확실한 무기는 보조금. 방통위가 아무리 '이번엔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음지에서 보조금은 다시 활개를 칠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3사의 영업정지기간이 끝나 가입자 현황을 따져보면 아마도 원점으로 되돌아가 있을 것"이라며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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