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형제'가 미프로풋볼리그(NFL) 최강을 가리는 '꿈의 무대'에서 지략 대결을 벌인다.
다음달 4일(이하 한국시간) 뉴올리언스 메르세데스 벤츠 슈퍼돔에서 열리는 제47회 슈퍼볼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볼티모어 사령탑 존 하보(51)와 샌프란시스코를 지휘하는 짐 하보(50) 감독은 형제간이다. NFL 역사상 우승 팀에 주어지는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놓고 친형제가 사령탑 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퍼볼에서 하보 형제가 맞붙을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1일(한국시간) 열린 콘퍼런스 결승전에서 하보 형제가 지휘하는 팀은 상대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처지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원정 경기라는 핸디캡도 있었다. 그러나 '용감한 형제'는 대담한 용병술로 나란히 이변을 만들어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조지아돔에서 열린 애틀랜타 팰컨스와의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결승에서 28-2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쿼터 초반까지 0-17로 뒤져 패색이 짙은 듯 했던 샌프란시스코는 3쿼터와 4쿼터에 각각 한 차례의 터치다운을 기록한 러닝백 프랭크 고어의 활약을 앞세워 드라마틱한 뒤집기를 연출했다.
NFL은 '쿼터백 놀음'으로 불린다. 야전 사령관 역을 하는 쿼터백이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와이드 리시버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쿼터백의 주임무지만 패스보다는 자신이 직접 볼을 들고 적진으로 돌파하는 것을 선호하는 쿼터백이 있다. '러닝 쿼터백'으로 지칭된다. '러닝 쿼터백'은 플레이오프 같은 큰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NFL의 속설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패싱력이 뛰어난 알렉스 스미스라는 쿼터백이 있다.
그러나 짐 하버 감독은 '러닝 쿼터백' 콜린 캐퍼닉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이번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쿼터백 가운데 가장 변변치 못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캐퍼닉은 화려하지 않지만 내실있는 플레이로 샌프란시스코를 슈퍼볼에 진출시켰다. 짐 하보 감독의 '뚝심'이 통한 것이다.
존 하보 감독이 지휘하는 볼티모어 레이븐스는 질레트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결승에서 슈퍼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가 이끄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28-13으로 일축했다. 볼티모어 승리의 일등공신은 쿼터백 조 플랑코다. 터치다운 패스를 3개나 성공시키며 브래디에 판정승을 거뒀다.
존 하보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코칭스태프 핵심을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고 플레이오프의 승승장구로 이어졌다. 존 하보 감독은 지난달 정규시즌 14주차 경기에서 워싱턴 레드스킨스에 패배한 후 NFL 최고의 공격 코디네이터로 꼽히는 캠 캐머론을 짐 캘드웰로 교체했다. 캘드웰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플랑코는 부진에서 탈출했고 플레이오프에서 NFL 최고 쿼터백을 잇달아 거꾸러뜨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플랑코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슈퍼 루키'로 불렸던 앤드루 럭(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을 꺾었고 2라운드에서는 NFL 쿼터백 관련 기록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페이튼 매닝(덴버 브롱코스)을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물리쳤다. 이어 슈퍼볼 우승만 세 번 차지한 브래디마저 꺾었다. 조 플랑코가 NFL에서 손꼽히는 명쿼터백을 세 명이나 쓰러뜨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