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기 취임식을 앞두고 지난 10일 역사학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오바마는 이들과 역대 재선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에 대해 90분간 토론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전기작가로 유명한 로버트 카로는 "전임 대통령들이 무엇을 했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에 대한 오바마의 지식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특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61년 재임) 전 대통령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아이젠하워는 오바마와 달리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전임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을 마무리하고 국방비를 줄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을 끝냈으며, 오바마는 이라크에서 철군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오바마가 아이젠하워처럼 내치에 집중하며 외치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의 한 오바마 측근은 "아이젠하워의 접근법이 호소하는 것은 시선을 안으로 돌려 미국의 힘을 아끼고 국내 재건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4년 전에는 희망적인 것 같았던 핵무기 감축 등의 문제가 지금은 훨씬 어렵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쿠바,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미얀마 등 미국과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국가들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는 미얀마 정도에 불과하다. NYT는 첫 임기 동안 국제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은 오바마가 두번째 임기에는 대규모 군사적 개입이나 큰 성과를 추구하기 보다 섬세한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가 두번째 임기에 집중할 국제 과제로는 우선 경제문제가 꼽힌다. 데이비드 플러프 백악관 선임고문은 20일 "오바마는 미국의 경제 부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는 이를 위해 교육과 산업에 투자하고 재정 적자는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러프는 "2기 오바마 정부가 집중할 첫 사회 문제는 이민법 개정과 총기 규제 강화"라며 "이민법 개정은 의회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총기 규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산적한 과제를 안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오바마는 4년 전과 달리 경험이라는 자산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오바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며 "오바마는 나이를 먹었고 정치적으로 더 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오바마가 4년 동안 자신의 인품만으로 미국 정치에 만연한 당파성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 등을 배웠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첫 임기 때 오바마가 내세웠던 희망과 변화를 두 번째 임기에는 당파성과 실용주의가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의 변화에 부정적 시각도 있다. 오바마는 첫 취임식 때 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 후원 행사를 거절했지만 이번에는 수용했다.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의 로버트 와이스먼 대표는 "4년 동안 꽃은 시들었고 가능성은 줄었다"며 "(기업 행사는)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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