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에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의 이름이 발표됐지만 역시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노벨상이 생긴 지 어언 100년이 넘었지만 우리나라의 수상자는 1명뿐이다. 게다가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단 1명도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나라의 올림픽금메달 수는 일본보다 많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각각 16명, 0명으로 압도적인 차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세계 10위권의 경제순위, 높은 국가신용등급, 과학 경쟁력 5위 등의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반도체, 전자기기 등의 응용과학에서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향후 10년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확률이 희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불편한 현실이고 지금과 같은 연구 환경에서는 앞으로도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할 지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 우수 연구자 배출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 기초과학은 다른 응용과학과 기술의 기본이 되며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과 단체가 자금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기초과학에 정부가 적극적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우수한 연구를 위한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책에서 미국의 연구 시스템에 대해 본 적이 있는데 미국은 연구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교수들이 솔선수범해서 연구에 임한다. 20대와 50대 교수가 같은 급료를 받는 일이 다반사고 노벨상 수상자도 5년 안에 좋은 결과가 없으면 명성을 잃기도 한다.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이렇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사회이기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왔던 것이라 생각한다. 교수의 정년과 권위가 보장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이와 같이 연구에 몰입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에서도 조성되고 연구환경 전체에 정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연구자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벨상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개척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따라서 연구자는 결과가 뻔하거나 성과가 금방 보이는 것에 매달리지 말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즉 양학선 선수처럼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회사원인 다나카 고이치는 좋아하는 연구에 몰두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 연구에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힘을 쏟는 연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충분하고 지속적인 연구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노벨상 연구사례를 보면 수십 년 동안 연구한 결과가 대부분이다. 즉 당장의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입찰식 단기투자이고 최장 연구 지원도 9년 정도이다. 게다가 뚜렷한 성과가 없으면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긴 시간이 필요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6년부터 국가과학자를 선정하고 작년에 기초과학연구원이 출범하는 등 노벨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적, 개인적인 한계가 많다. 좀더 본질적인 문제를 찾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물론 신문의 칼럼처럼 노벨상을 탄다고 해서 크게 뭔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벨상 수상을 위한 방안은 곧 우리나라 과학 수준의 성장과 기초과학 발전, 사회 풍토 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본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노벨상 수상자를 보고 꿈을 키운다고 한다. 이처럼 노벨상은 우리나라 과학자 양성에 길을 열어주고 국민 인식을 전환시키는데 자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노벨상만을 위한 개혁이 아닌 우리나라의 과학적 수준과 환경,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동수 서울 숭문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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