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에도 장외에서 조용히 지내던 친박계 인사들이 최근 서서히 권력 주변으로 다가서고 있다. 5년 전 이명박정부 출범 때 대통령직인수위 등에 대거 진출했던 친이계 핵심 인사들과 달리 특사나 대통령취임준비위 같은 우회로를 통해 박 당선인을 측면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친박계 인사들은 대선 승리 공신임에도 박 당선인 주변에서 멀찌감치 비켜서 있었다. 박 당선인이 친박계의 권력 투쟁 및 권력 남용 등을 막기 위해 초반 인사에서 의도적으로 친박계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원박'(元朴ㆍ원조 친박)들은 인수위에서 전원 배제됐고, 이정현 최고위원만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발탁됐다. 박 당선인의 조용한 행보를 두고도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선 "현 대통령 존중 의미 외에도 우리들에게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박 당선인 주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친박계 인사는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었다. 대선 직후 '역할이 끝났다'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사라졌던 김 전 본부장은 해외 배낭여행으로 소일하다가 지난 16일 박 당선인의 중국 특사단장으로 복귀했다. '4강 특사'는 역대 정권에서 주로 최측근이나 실세가 맡아왔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도 4명으로 구성된 중국 특사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박' 이면서도 경제통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박 당선인이 파견한 다보스포럼 특사단(단장 이인제 전 공동선대위원장)에 포함됐다. 이 최고위원은 전 세계 정치ㆍ재계 리더들이 참석하는 다보스포럼에서 새 정부의 경제 비전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 역시 대통령취임준비위 부위원장으로 등용되며 박 당선인의 여전한 신뢰를 확인했다. 유 의원은 친박계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직 인수 관련 직책을 맡았다.
아직까진 친박계가 '신(新) 파워 그룹'이란 이름에 걸맞을 만큼 힘의 중심으로 재등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최경환 의원과 서병수 사무총장, 권영세 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중진들은 수면 아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도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인사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박 당선인과 오랜 호흡을 맞춰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조만간 있을 청와대비서실 및 내각 인선 결과가 주목된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나 청와대, 당 등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