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을 전제로 정부가 유치원비 인상을 억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상률을 정하도록 돼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관할하는 유치원은 자율이어서 사립 유치원비가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상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20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려면 현재 자율로 돼 있는 유치원비 인상을 정부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이전 3년 치 물가상승률 평균을 내서 그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유아교육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은 준비 기간을 거쳐 약 5년 후 시행될 예정이지만, 유치원비 인상 제한 법안은 가능한 이른 시기에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다.
교과부는 21일 오전 이 같은 방안을 가지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복지부와 함께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유아학교(가칭)'를 만들고, 교과부가 제도와 운영을 전담하는 방안이다.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 도입과 함께, 현재 지나치게 높고 지역마다 들쭉날쭉인 유치원비를 표준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교과부가 2011년을 기준으로 표준유아교육비를 산정한 결과, 하루 3~5시간 누리과정 운영에 한달 평균 38만원(정부 지원금 22만원 포함)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건비, 재료비, 급식비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표준유아교육비에 비해 유치원비가 지나치게 높은 곳의 원비를 강제로 인하할지는 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이후 종일반을 운영할 때 별도로 들어가는 비용도 표준화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 부분도 계속 논의를 해갈 예정이다.
교과부가 유치원비 인상률 제한을 법에 명시하려는 이유는 유치원비 상승 억제 없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86년 유치원비가 자율화된 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사립 유치원비는 현재 월 평균 45만원이며, 최고 85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어 서민 가정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유치원비제한 없이 어린이집을 유치원과 통합할 경우 가계 유아교육 비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
인수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는 "누리과정은 하루 3∼5시간에 불과하고 나머지 시간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각각 교육과 보육이라는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며 "유치원과 달리 0세부터 원아로 받아들여 보육하는 어린이집을 유치원으로 일괄 통합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막고 불필요한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현재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 양성과정도 이원화돼 있어 통합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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