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20일 시작됐다. 그러나 재선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그의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달 중순까지 국가부채 법정상한을 올려야 하고 알제리에서 인질을 살해한 이슬람 무장세력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미국의 역대 재선 대통령들이 피해갈 수 없었던 2기 징크스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들은 두번째 임기 중 큰 어려움에 봉착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재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곧바로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져 대통령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가 이란에 무기를 몰래 판매한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명성에 타격을 입었고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여비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다.
이 같은 '재선의 저주'를 인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이후 "재선 대통령들이 2기 때 부린 과욕을 주의하고 있다"며 "재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당선된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신하기 위해 당선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조심해야 할 2기 징크스로 첫째 과도한 자신감을 꼽았다. 지난해 선거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꺾은 오바마는 여세를 몰아 연초 재정절벽 협상과 총기규제법에서 잇달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반대파의 거부감과 소외감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은 2014년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을 향한 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폴리티코는 예측했다.
두번째 주의할 것은 피로감이다. 4년 전과 같은 열정으로 2기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통령 연설문 작성 수석팀장이었던 마이클 월드만은 "많은 대통령이 안고 있는 진짜 도전은 행정부가 일할 열의를 잃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번째는 스캔들이다. 집권 1기 때 터진 솔린드라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태양광 집적전지를 개발했던 솔린드라를 방문해 친환경 및 고용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산업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회사는 1년 만에 파산했고 정부가 솔린드라에 5,000억원이 넘는 대출 보증을 서는 과정에서 백악관 참모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공화당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마지막은 목표를 거창하게 잡지 말고 소심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할 일은 하되 오만하지 말라는 뜻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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