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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겨울이 더욱 추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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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겨울이 더욱 추운 이유

입력
2013.01.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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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웬만해선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도쿄의 날씨가 요즘은 제법 춥다. 낮에는 10도 가까이 올라가 따뜻한 기운을 느낄 때가 있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급락하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더해져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지속되고 있다. 일주일 전 도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폭설이 내렸는데 아직도 응달 곳곳에 잔설이 남아있다.

영하 10도 아래로 훌쩍 내려가는 서울과 비교해 이게 무슨 추위냐고 비웃을 수 있겠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도쿄의 겨울 추위를 단순 엄살로만 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도쿄의 주택 구조 때문이다. 한국에 비해 겨울이 비교적 짧은 도쿄에는 난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주택이 많다.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주택 특히 단독주택에는 단열재는 고사하고 보일러 시설조차 없다. 한국의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중창도 적어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 손실도 만만치 않다. 방마다 도시가스가 연결돼 집에만 들어서면 겨울에도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생활할 수 있는 한국 아파트의 모습을 일본에서는 상상 조차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는 겨울이 되면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나온다. 무릎 담요는 기본이고 더운 물을 가득 채운 보온 물 주머니와 두꺼운 수면용 잠옷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일본인이 취침 전 목욕을 자주 하는 것도 최대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침실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기구는 에어컨 겸용 히터가 대표적이지만 공기가 금세 건조해지기 때문에 오래 틀어놓기 어렵다. 취침 시 침실 바닥을 덥히는 기구는 전기장판이 유일하지만 일본제 전기장판은 전기 과열로 인한 사고 등 안전을 고려한 설계 때문에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얇은 외투에 수면 양말을 신고 두꺼운 이불 2장을 겹쳐 덮는 것이 취침 모드의 기본이 됐다. 최근에는 이동용 라디에이터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잠에서 깰 때마다 추위로 몸이 으슬으슬하다.

최근 한국의 온돌을 연상케 하는 유카담보(바닥난방)라는 개념의 주택이 건설되고 있지만 이마저 마루를 비롯한 거실에만 난방을 적용하고 있다. 등이 따뜻해야 편하게 잘 수 있는 한국인의 체질상 일본의 집은 춥게만 느껴진다.

이런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ㆍ가스ㆍ수도 요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에는 난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족이 한 방에 모여서 잠을 청하고 나머지 공간의 전열 기구는 모두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요금은 한국에서 모든 방에 난방 장치를 사용하며 생활할 때보다 3배 이상 많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도하는 대담한 금융완화 및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으로 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서민의 난방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그로 인해 원유와 가스 수입이 증가, 각종 요금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유지되던 약 달러세가 무너지면서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 서민 경제에 2중 부담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름값도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일본인은 “전기요금이 올라 석유난로를 구입했더니 이번에는 등유가격이 급등해 이래저래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갑작스런 엔저로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본의 서민들은 이로 인한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수입산 제품의 갑작스런 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일본 정부의 인위적 엔 가치 하락 정책의 부작용이 일본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경제 회복을 맛보기도 전에 들이닥친 부작용과 어떻게 맞서야 할지 아베 정권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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