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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도 결국 소통의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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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도 결국 소통의 실패였다

입력
2013.01.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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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을 때 청계천 복원에 반대하던 청계천 상인들을 4,200번이나 만나 설득했다는 일화는 그의 리더십을 보여 주는 예가 되곤 했다. 27개월의 공사기간에 3,600억원을 들여 복원(이라고 할 수 없는 '인공 수변공원'이지만 어쨌든)된 청계천은 그가 '대통령 MB'로 가는 지름길이 됐다.

청계천 복원 2년 후, 대선 후보가 된 MB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밝혔다. 그리고 거센 논란은 시작됐다. 그가 대통령 당선인 자격이던 5년 전 바로 이맘때, 기자가 쓴 칼럼을 들춰 본다. "이명박 정부는 어떨까. 그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가 만일 현실화한다면 세계 지도에서 어떤 자취를 그릴 수 있을까. 우리 발 밑으로 땅 파 들어가는 토목공사가 한국경제를 다시 살리는 최선책일까, 아니면 섬나라 같은 한국을 유라시아와 연결시키는 실크로드부터 다시 이어 나가서 세계와 통하게 하는 것이 선진화일까. 당선자의 취임까지는 아직 두 달이 남았다. 대운하는 갈라진 한국사회의 좌우가 구분 없이 참여하는 충분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어쭙잖은 글을 인용한 것은 5년이 지난 지금, 4대강사업으로 표현이 바뀐 MB의 대운하 구상이 실패로 판명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엊그제 4대강사업구간 16개의 보 중 15개가 부실이고 수질도 악화됐다는 내용의, 사실상 4대강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규정한 2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1년 전 1차 감사 때와는 판이한 결과를 하필 정권이 끝나는 시점에 발표한 감사원의 행태도 비웃음을 사고 있지만, MB정권이 청계천 공사비의 수십배인 22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써가며 추진한 이 사업이 왜 실패했는지를 근본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소통의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서울시장 시절 1년2개월 동안 4,200번이나 청계천 상인들을 만나 청계천 복원의 당위성을 설득했다는 MB와 그의 정부가 과연 정권 출범 후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사람ㆍ사회단체들과 여론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 나왔을 때부터 토건 대 복지, 개발 대 생태의 논란이 불붙고 5년 내내 반대가 계속됐지만 이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엄청난 사업비를 노리고 4대강 공사에 뛰어든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남는 건 없는데, 환경단체 등 4대강사업 반대자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거였다. 앞의 말은 엄살이고, 뒤의 말은 현실이었다. 4대강 현장에서는 공사기간 동안 매일같이 반대자들의 시위, 조사와 이를 막는 업체, 정부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그리고 감사원이 발표하기 전에 이미 그들에 의해 4대강사업의 문제점은 대부분 드러났다. 환경과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부실 공사는 물론 업체들의 담합, 비자금 조성, 정부의 비호 의혹 등이 잇달았고 소송도 줄을 이었다.

급기야 법원도 4대강사업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부산고법은 지난해 2월 낙동강살리기 사업이 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경우 경제성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 국가재정법을 어겨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사가 거의 끝났기 대문에 이를 원상회복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잘못됐지만 이미 일이 그리 돼 되돌릴 수는 없다는, 이른바 사정판결(事情判決)이었다.

MB는 과연 이런 실정을 몰랐을까. 알고도 청계천 때처럼 현장을 찾아가거나 입에 발린 말만 하는 관료들을 제치고 반대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는 토건국가의 환상에 여전히 젖어 있었던 것일까.

리더의 그 어떤 비전도 공약도 정책도, 소통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소통하는 척하며 인기에 영합하라는 말이 아니다. 힘으로 밀어붙인다, 나중에 평가받겠다? 그런 건 불가능한 시대이자 세상이다. 앞으로 한국의 5년을 책임져야 할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의 행보도 이런 면에서 걱정스럽다. 철통보안, 밀실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지며 소통 부재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민들에게 특히 반대자들에게 터놓고 대화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정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배워 왔다.

하종오 부국장 겸 사회부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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