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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후유증 치료하던 의사, 전쟁 직간접 경험에 스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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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후유증 치료하던 의사, 전쟁 직간접 경험에 스러지다

입력
2013.01.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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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리너루스라는 43세 미국 의사가 2일 미네소타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자살은 미국에서 하루 100여건씩 발생하는 흔한 자살사건 중 하나로 취급될 수도 있지만 전쟁터의 끔찍한 경험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사투를 벌이는 참전용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리너루스는 이라크전 종군 정신과 의사로 5년을 복무한 전직 군의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그의 임무는 병사들이 전투 충격 때문에 자살하지 않도록 상담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라크에 다녀온 뒤 우울증과 PTSD를 앓았다. 참전 군인의 정신을 서서히 갉아 먹으며 자살로 내모는 PTSD가 그 병을 치료하던 의사의 목숨마저 삼켜버린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시사주간 타임에 따르면 리너루스는 2003~2008년 미 육군 군의관(대위)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했다. 제2전투여단, 제1보병사단에서 병사 심리상담을 전담한 그는 병사들이 전장에서 받은 충격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했다. 그 공로로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도 PTSD를 피해가지 못했다.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향에 돌아온 그는 이라크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마치 돌림병처럼 전우의 고충을 들으며 전투 현장을 간접 경험한 그의 정신에까지 PTSD가 전염된 것이다. 우울증 때문에 결혼생활도 파국을 맞았다. 리너루스는 2011년 논문에서 "상담 전문가들은 (PTSD에) 내성이 있고 단련돼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높은 빈도로 상담 업무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강조했다.

이사를 가고 재혼을 하는 등 PTSD의 그늘에서 탈출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리너루스는 PTSD의 마수에 굴복하고 새해 둘째 날 자살을 택했다. PTSD 전문가였던 그의 자살 소식에 그를 아는 전우들과 이라크 참전 군인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질환을 치료하던 의사의 목숨마저 앗아간 PTSD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무서운 질환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1,000여명의 병사를 PTSD의 수렁에서 끌어냈지만, 정작 의사인 그를 늪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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