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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공습에 수출 망해가는데 손톱 밑 가시만 뽑는게 무슨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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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공습에 수출 망해가는데 손톱 밑 가시만 뽑는게 무슨 소용"

입력
2013.01.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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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한덕수 무역협회장 주재로 열린 'CEO 무역현장 위기대응포럼'에 참석한 14명의 수출기업 대표들은 하소연부터 쏟아냈다. 환율 때문에 못 견디겠다는 얘기였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에겐 지금 환율급락이 가장 큰 부담이다. 지금 대로라면 수익이 작년보다 20%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도 "1%의 가격차로 수주 여부가 갈리는 데 환율문제가 장기화하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불확실성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업현장은 지금 아우성이다. 불과 3개월여만에 원ㆍ달러환율이 5%가까이 절상되면서 중소 수출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환율공습에 심각한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도 영향은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환리스크에 대한 회피(헤지)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다, 국내보다 해외생산비중이 커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다.

이에 비해 중소 수출기업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원고(高)'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상태다. 대한상의가 최근 5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미 체결된 수출계약 물량에 대한 환차손 발생(76.4%) ▦원화 환산 수출액 감소로 인한 채산성 악화(51.4%) ▦수출단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26.0%)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수출기업들은 정부의 정책대응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같이 작은 수출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환율인데, 정부가 환율하락을 이렇게 방치한다면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은 경기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상태.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유동성)ㆍ환율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묶어두고 있고 환율 역시 올려도 모자랄 판국에 급락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아베 정부처럼은 하지 않더라도,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특히 엔화의 급격한 약세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수출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원ㆍ달러 환율보다 오히려 원ㆍ엔 환율"이라고 지적했고,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원도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일본과 수출시장 경합도가 높은 산업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환율급락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달러화 약세, 엔화 약세,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우리나라 외환 당국은 환율 결정을 시장에만 맡겨 두기 보다는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울상이다. 환율하락으로 국내 여행객의 출국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지만 그보다는 외국관광객, 그 중에서도 일본 관광객의 입국위축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한일관계 냉각에 환율문제까지 겹치면서 관광객 입국이 줄었고 이는 내수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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