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216승을 거둔 커트 실링(47)이 투혼의 상징인 '핏빛 양말'을 경매에 내놓았다. 이유는 빚 청산을 위해서다.
AP통신은 18일(한국시간) 실링이 '핏빛 양말'을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양말은 2월5일 온라인 경매에 오른 뒤 2월24일 뉴욕에서 현장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업체 헤리티지 옥션의 관계자는 "적어도 10만달러(약 1억600만원)에는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링은 2009년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자신의 현역 시절 등번호를 딴 게임 회사 '38 스튜디오'를 설립해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그러나 게임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투자했던 5,000만달러뿐만 아니라 로드아일랜드 주로부터 대출 보증 받은 7,500만달러까지 모두 날렸다. 당시 실링은 주 정부 보증을 통한 은행 대출 과정에서 2004년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신었던 '핏빛 양말'을 담보로 등록했다.
실링은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인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 6차전에서 오른 발목 인대 수술을 받고도 마운드에 올랐다. 밀려오는 통증을 꾹 참고 던지던 그의 흰 양말은 피가 맺혀 팀의 상징인 레드삭스(빨간 양말)로 변해갔다. 이 장면은 TV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팬들은 불굴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실링은 이 경기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4-2 승리를 이끌었다. 결국 보스턴은 실링의 투혼 속에 첫 3경기를 내준 이후 나머지 4경기를 쓸어 담아 극적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는 4연승으로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해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실링은 메이저리그 20년 동안 통산 216승146패 평균자책점 3.46, 3,116삼진을 기록했다. 올스타에는 6차례 선정됐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3개를 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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