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 A사는 지난달 말 황당한 경험을 했다. 경북 영천의 휴대폰 판매점 한 곳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더불어 개당 90만원대인 '갤럭시S3'등 최신 스마트폰 수십 대도 함께 증발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판매점은 한달 간 영업을 한 뒤 지난달 최신 스마트폰 수십 대를 새로 주문했다. 연말에 워낙 판매 경쟁이 치열한 만큼 A사는 즉각 스마트폰을 내려 보냈다. 그런데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아 영업직원이 내려가 보니 매장은 문을 닫았고, 점주는 휴대폰 번호를 바꾼 채 잠적했다. 물론 수천만 원 어치 스마트폰 대금은 받지 못했다. 결국 A사는 인근 경찰서에 도난 신고를 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업체들이 스마트폰 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분실한 스마트폰을 돌려주지 않고 중고점 등에 파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매장에서 새 스마트폰을 슬그머니 훔쳐가는 '좀도둑'부터 판매점을 차려 놓고 수십 대의 스마트폰을 받은 뒤 잠적하는 '큰 도둑'까지 다양한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이동통신 B사가 당한 경우도 어이가 없다. B사는 지난달 서울 왕십리 대리점에 최신 스마트폰 65대를 실어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도록 대리점이 스마트폰을 받지 못해 확인해 보니, 배송을 맡은 택배기사가 들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들도 스마트폰 도난 때문에 부심하고 있다. 전시된 스마트폰을 집어가지 못하도록 뒷면 배터리 케이스에 보안용 고정 장치를 부착하지만, 이 조차 소용이 없다. 최근 서울 구로동의 C이통사 대리점은 직원들이 고객 상담으로 정신 없는 사이 갤럭시S3 스마트폰을 도난당했는데, 고정 장치가 부착된 뒷면 케이스만 빼놓고 집어갔다. 경북 구미의 대형마트에 위치한 A 이통사 대리점도 같은 수법으로 스마트폰을 도난당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뒷면 케이스를 빼놓고 집어 간 뒤 제조사의 AS센터에 가서 뒷면 케이스만 새로 구입하면 된다"며 "워낙 방법들이 다양해 막을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타인의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도용해 스마트폰을 개통한 뒤 사라지는 사기 행각은 고전적 수법이 됐다. B이동통신사의 경기 광명 대리점, 부산 서면 대리점 등이 이런 수법에 걸려 갤럭시노트2 등 최신 스마트폰을 최근 잇따라 도난 당했다. 두 사건은 광명경찰서와 서면파출서에 신고됐는데, 범인이 제출한 가입서류 등을 대조한 결과 동일인 소행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 경우 이동통신 요금, 휴대폰 할부금 등이 엉뚱한 사람에게 청구될 수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동통신사들은 잇따라 발생하는 스마트폰 도난 사건을 조직적 범죄로 의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천 만원 상당의 도난 스마트폰들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대규모 조직이 있지 않으면 이런 대량 도난 사건이 발생하기 힘들다"며 "타인이 사용하다 분실한 스마트폰과 달리 도난 스마트폰은 새 제품인 만큼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국내외에서 쉽게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동통신 3사가 공동 대응 방안까지 모색하고 나섰다. 스마트폰 도난 신고 등을 접수 받아 예방활동을 하는 가칭 전화사기 대응센터를 이달 30일쯤 개설할 예정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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