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을 맞아 안과에 시력 교정술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나왔던 1990대 초보다 훨씬 보편화했지만 최근 들어 라식, 라섹 등 시력 교정술의 종류나 방식 등이 하도 다양해져 환자들이 궁금 해하는 것들은 여전히 많다. 또 널리 보급된 만큼 잘못 알려진 사실도 적지 않다. 김안과병원 김용란 부원장에게 각종 시력교정술의 차이와 장단점, 수술 전후 주의점 등을 물었다.
Q. 라식과 라섹은 어떻게 다른가.
A. 쉽게 말해 라식은 각막 뚜껑(절편)을 열어 그 안을 레이저로 깎은 다음 다시 뚜껑을 닫는 것이고, 라섹은 각막의 겉부분만 살짝 벗겨내 그 아래를 레이저로 깎는 방식이다. 결국 라식과 라섹의 가장 큰 차이는 각막에 뚜껑을 만드냐 안 만드냐다. 라식, 라섹 이름 앞에 여러 가지 수식어들이 붙기도 하는데, 대부분 사용하는 장비가 다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약을 쓰는 등 일부 과정의 차이일 뿐 기본적인 개념은 같다.
Q. 각막에 절편은 어떻게 만드나.
A. 성인의 각막은 지름이 11~12mm다. 라식 수술 땐 가운데부터 8~8.5mm 정도를 100~110미크론(1미크론=100만분의 1m) 두께로 잘라내는데, 이게 바로 절편이다. 절편을 마치 뚜껑 열 듯 들어올려 옆으로 제쳐놓고 그 안에 레이저를 쏘는 것이다. 예전엔 각막 절편을 자르는데 주로 칼(절삭기)을 썼지만, 요즘엔 절편용 레이저를 이용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칼로는 절편의 옆면이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술 후 혹시 눈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절편이 밀려 떨어질 우려가 있다.
Q. 라섹은 한동안 많이 아프다는데.
A. 라섹 환자의 약 30%는 통증을 느끼지 않고, 약 50%는 눈이 좀 시리거나 눈물이 나는 등 불편한 감은 있지만 생각보다 참을 만하다는 반응이다. 나머지 20% 정도가 눈이 붓거나 눈을 못 뜨거나 잠을 설칠 정도로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각막 일부를 아예 들어올리는 라식은 살짝 시큰시큰한 정도인데 겉부분(상피 세포)만 살짝 벗겨내는 라섹이 아픈 이유는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경이 각막에는 겉에만 있기 때문이다. 벗겨낸 상피 세포는 3, 4일이면 다시 자란다. 요즘에는 진통 효과가 있는 안약을 넣는 무통 라섹도 가능하다.
Q. 라식과 라섹은 어떤 사람에게 적합한가.
A. 각막 절편이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운동선수나 경찰 등 활동적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는 사람은 라섹이 알맞다. 각막이 다른 사람에 비해 얇거나 눈이 작은 사람도 라식이 불가능할 수 있다. 각막이 얇으면 절편을 만들 만큼의 두께가 안 나오고, 눈이 작으면 절편을 만드는 기구를 넣기 어렵기 때문이다. 밤에 동공이 유난히 커지는 사람은 시력교정술 후 야간에 빛이 번져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엔 레이저로 각막을 좀더 부드럽게 깎아주는 웨이브프론트 라식이나 웨이브프론트 라섹을 하면 빛 번짐을 줄일 수 있다.
Q. 시력교정술 후 각막이 흐려질 수 있다는데.
A. 라섹의 경우 가능성이 있다. 상피세포가 벗겨지면서 남는 일종의 흉터가 각막 혼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요즘엔 안약(마이토마이신)으로 흉터 만드는 세포를 억제해 각막 혼탁을 방지하는 M라섹 방식도 있다. 라섹 후 스테로이드 안약을 3개월 정도 넣으며 혼탁을 억제하기도 하는데, 녹내장이 생길 우려가 있어 한 달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Q. 시력교정술로 시력은 얼마나 좋아지나.
A. 시력교정술의 목적은 안경을 끼었을 때 보이는 교정시력의 최대치를 안경이 없어도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안경을 끼어도 정상 시력인 1.0이 안 나오면 시력교정술로도 1.0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수술한 환자의 90~95%가 0.8 이상은 보통 나온다. 이 정도면 안경 없이도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Q. 시력교정술 후 외출을 자제해야 하나.
A. 문제는 자외선이다. 레이저로 깎는 건 각막에 1도 화상을 입히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 자외선을 쏘이면 흉터가 생기면서 각막이 흐려질 수 있다. 수술 후 최소한 한 달, 길게는 100일까지는 강한 자외선을 피하길 권한다. 꼭 선글라스를 낄 필요는 없고, 도수 없는 안경알에 자외선 차단 코팅만 해서 끼고 다녀도 된다.
Q. 라식, 라섹 모두 불가능하다면.
A. 일반적으로 안경 도수가 -10디옵터가 넘으면 각막을 깎는데 무리가 있다. 이보다 시력이 나아도 각막이 너무 얇거나 각막 형태가 비정상적인 눈은 각막을 깎지 않는 게 좋다. 이렇게 라식이나 라섹 모두 어려운 경우엔 안내렌즈삽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각막을 살짝 찢고 그 속에 아주 작게 만든 안경알(안내렌즈)을 아예 넣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눈 안에 안내렌즈가 들어갈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 역시 불가능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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