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외롭게 살다가 쓸쓸한 죽음을 맞는 고독사(孤獨死)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던 50대 남성이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 속에 숨진 지 무려 6년 만에 발견돼 또 한번 우리 사회의 비정한 세태를 드러냈다.
17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16일 오후 1시45분쯤 서구 남부민동 이모(39)씨 소유의 4층짜리 건물 2층 보일러실에서 세입자인 김모(55)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까맣게 변한 백골 상태였다. 이씨는 동파된 수도관 복구 공사를 하기 위해 김씨가 세를 든 2층 집 옆에 달린 보일러실에 들어갔다가 바닥에서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의 시신은 모두 부패했지만 보일러실 통풍구를 통해 악취가 빠져나가 이웃 주민들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보일러실 천장 철골에 매듭 진 전깃줄이 매달려 있었던 점으로 미뤄 김씨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씨의 방문에 걸린 달력은 2006년 11월에 멈춰 있었고, 해당 시기부터 전기세가 크게 줄어든 점 등을 토대로 김씨가 같은 해 11~12월쯤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김씨의 방에서는 소주병 10여 개와 약봉지 등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4남4녀 중 막내인 김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중 2002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노동일을 하며 혼자 생활해 왔다. 경남 양산 등 타 지역에 누나 3명이 살고 있었지만, 평소 거의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동생이 2005년 '생활비가 없으니 돈을 부쳐달라'며 연락한 이후로 소식이 끊겼다"며 "몇 차례 집을 찾아가도 문이 잠겨있어 막노동을 하러 지방에 간 줄만 알았다"고 진술했다. 전 집 주인 이모(67)씨도 김씨가 단순히 부재 중인 것으로 판단, 전세 계약을 자동 연장시켜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아들이 대신 건물을 관리했기 때문에 세입자와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박모(56)씨가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반려견이 박씨의 시신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9일에도 대구시 지산동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김모(64) 씨가 목을 매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됐다. 김씨의 시신은 경매절차를 집행하기 위해 찾아온 법원 공무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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