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입보험료가 2억원을 초과하는 즉시연금의 보험 차익에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저축에서 연령 요건이 폐지되고 납입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또 차명계좌를 신고할 경우 연간 5,000만원까지 신고포상금이 부과된다. 내년부터는 200만원이 넘는 고가가방에 20%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의 후속조치로, 고액 자산가나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ㆍ감면 조치 축소와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가 핵심이다.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의 밑그림이 될 이번 개정안은 내달 12일 국무회의를 거쳐 15일경 공포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납입한 보험료가 2억원을 넘는 상속형 장기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에 대해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15일 이후 계약분부터 과세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형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고 이자만 받다가 계약기간 10~30년이 끝나면 원금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료를 매달 납입하는 저축성보험과 종신형 연금보험의 경우에는 비과세 혜택을 유지한다. 기획재정부 백운찬 세제실장 "고소득층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적연금이 연금저축계좌와 퇴직연금계좌를 합쳐 소득세법상 연금계좌로 통합 운영돼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 대신 연금계좌 가입과 연금보험료 납입요건은 완화된다. 기존 연금저축의 경우 만 18세 이상이었던 연령제한을 삭제키로 했다. 또한 최소 납입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돼 퇴직금이 있는 연금계좌는 적용치 않기로 했다. 납입한도는 연금계좌 합계 1,800만원으로 하고 400만원 한도 내에서의 소득공제조항은 그대로 살린다. 연금수령요건도 일반연금의 경우 퇴직소득을 제외하고 최소납입기간이 5년만 넘으면 인출이 가능토록 했다.
또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하고 1,000만원 이상의 탈루세액을 세무서장이 확인한 경우 50만원씩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한도는 연간 5,000만원이다. 고가가방의 경우 1개당 2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0%의 개별소비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대상은 핸드백 서류가방 배낭 여행가방 지갑 등이다. 다만 악기케이스나 스포츠용품 가방처럼 특정한 물품을 운반ㆍ보관하기위해 만들어진 가방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내년 1월1일 이후 제조장 반출 또는 수입신고 분부터 적용된다.
저소득층과 중견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강화된다. 정부는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범위를 현행 월 100만원에서 150만원, 원양ㆍ외항선원의 국외근로소득 비과세 한도를 월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렸다. 방문간호, 목욕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장기요양사업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근로장려세제(EITC)를 받을 수 있는 사업자를 의사 등 고소득전문직을 제외한 모든 사업자로 확대하고, 3년 평균 매출이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의 R&D 세액공제율도 종전 3~6%에서 8%로 올렸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 개편안은 불황기에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큰 직접 증세는 최대한 피한 채 비과세 혜택을 줄여 간접 증세를 꾀했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선 공약을 실현할 만큼 충분한 세수를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시급성을 따져 공약을 순차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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