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한의사 7,000여 명(경찰 추산)이 1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 모여 "천연물신약 무효화"를 주장하며 대정부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비상진료 담당자를 제외한 한의사들과 12개 한의대생들이 참석했다. 집회를 주최한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는 "한약의 형태만 바꾼 천연물신약을 양의사만 처방할 수 있게 한 제도가 한방과 양방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관련 정책의 재정비를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한의사들의 대대적인 집단행동은 엄청난 이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천연물신약은 생체에 영향을 미치는 천연물 성분으로 만든 새로운 약이다. 천연물신약으로 허가 받은 제품은 현재 8종이며 2011년 천연물신약 처방으로 쓰인 건강보험 재정은 약 1,10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정부가 인정한 천연물신약이 한방에서 오랫동안 쓰였고 한방의학서적에 조제법이나 효능 등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허가 과정에서 초기 임상시험 등 일부 절차가 면제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의사들은 "한방의 임상 경험을 인정해놓고 양방에만 처방권을 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방에서는 "한약이나 한약재료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유효성분을 추출, 임상시험을 거친 의약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양약"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양ㆍ한방 갈등은 녹십자의 '신바로캡슐'과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정'이 최근 건강보험에 등록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건강보험에 등록된 약은 양의사만 처방할 수 있다. 신바로캡슐과 레일라정은 각각 한의원에서 처방되던 한약인 '청파전'과 '활맥모과주'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집회에 참석한 황치혁 한뜸한의원장은 "여러 한약재를 섞어 캡슐로 만든 천연물신약을 한의학 교육을 받지 않은 양의사들이 처방하면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직능발전위원회를 꾸려 이달까지 총 3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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