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심각한 건설업계가 경제민주화 역풍까지 겹쳐 빈사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민주화 여파로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 차원의 계열사 지원 통로가 차단되면서, 재벌 계열 중견 건설업체마저 자금시장에서 정상적인 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6일 국내 주요 7개 중견 건설사의 회사채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만기구조를 분석한 결과, 총 부채(11조370억원) 가운데 올해 만기 도래하는 규모가 5조2,040억원(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벌 계열 S사의 경우 1조9,290억원의 총 부채 중 올해 6,400억원을 상환해야 하며, H사는 2조7,570억원 중 60%(1조6,370억원)를 연내 상환하거나 만기 연장을 받아야 한다. 또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K사는 전체 6,340억원 가운데 3,480억원을 연말까지 해결해야 한다.
이 증권사 김익상 연구원은 "신용등급별로 1년 이내 상환 만기 비중, 등급별 재무구조, 만기연장 능력 등을 감안하면 일부 업체들이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시공능력 상위 30위 이내 건설업체의 미상환 회사채 잔액은 14조7,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중견업체가 몰린)BBB 신용등급 회사채의 92%가 2년 안에 만기를 맞는다"고 지적했다. 재벌 계열 중견 건설사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PF 우발채무 등 잠재적 유동성 리스크를 확인하고 재무 융통성과 보유자산 등을 바탕으로 자금조달 능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문제는 일부 재벌 계열 중견업체도 과거와는 달리 자금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는 "2011년 두산건설이 증자 방식으로 5,000억원을 지원받는 등 대기업 계열은 실적이 악화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으나, 18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확인된 뒤에는 '대기업 프리미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라도 국내외 사업장의 수익성이 업계 평균을 밑돌고 대규모 PF 부실을 보유하고 있다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차환 발행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부실을 해외 사업장의 수익으로 만회할 수 있는 현대, 삼성, GS 등 상위 5, 6개 업체를 제외하면 재벌 계열사도 안심할 수 없으며, 신용평가업계가 일부 재벌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의 상환 압박으로 이들 업체의 자금난이 가시화하면, 계열사 회생을 위한 모그룹 지원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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