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천(天ㆍ한파)ㆍ지(地ㆍ정책절벽)ㆍ인(人ㆍ구매심리 위축)' 모두 외면하는 형국이다."(현대ㆍ기아차 관계자)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파(寒波), 정책절벽, 신년효과(구매심리 위축) 3대 악재가 동시에 가세하면서 이달 들어 내수 소비가 급락하고 있다. 특히 내수의 양대 축인 부동산과 자동차 거래는 각각 전년 대비 40%와 80% 수준으로 떨어졌고, 신용카드 결제액 추이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별소비세(자동차)ㆍ취득세(부동산) 감면 조치 등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지난달 말로 사라지면서, 관련 거래가 이달 들어 모두 수직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주택 거래량(전국 기준 10만8,500건ㆍ전년 대비 2.4% 증가)은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올 들어 서울 지역의 주택거래는 이날 현재까지 623건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1월(3,178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월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총 355만개 주택이 들어선 서울에서 보름 동안 거래량이 600여건에 그쳤다는 건, 부동산시장이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계는 천ㆍ지ㆍ인 3대 악재가 모두 겹쳐 초비상 상태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연초에는 소비자들의 '근검ㆍ절약' 다짐 때문에 판매량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정책절벽과 유례없는 한파로 매장 내방객 숫자마저 급감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차량 가격을 잇따라 인하했는데도, 대리점마다 판매 급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달 내수판매량이 지난해(현대 4만5,186대ㆍ기아 3만4,310대)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작년 말부터 이어져 온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신년 세일(4~15일) 실적이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지난달 고객 1인당 구매액(4만5,112원)이 전년 대비 12.5%나 하락한 이마트도 이달 들어 매출 감소세가 심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1, 2월의 명절 특수에도 불구, 영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지난달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전년 대비 7.1%ㆍ2009년 4월 이후 최저)과 휘발유 판매량(전년 대비 5.8% 감소ㆍ2008년 10월 이후 최저) 수치도 심각한 내수 침체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부 관계자는 "수출까지 포함한 거시경제 전반으로는 경기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으나, 내수 부문에서는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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