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중국에 보낼 특사를 16일 가장 먼저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국가들과 특사 파견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중국이 앞서게 된 절차상의 선후관계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중국을 첫 상대로 선택한 이면에는 전략적 고려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우리에게 특사 파견을 요청한 국가는 중국뿐"이라며 "미국은 특사가 아닌 정책협의단 구성을 요청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특사로 방한한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10일 박 당선인에게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하며 먼저 특사 파견을 요청한 데 따른 화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특사를 동시에 파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에 먼저 특사를 보낸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또한 특사는 상대국의 요청이 없더라도 우리의 필요에 따라 협의를 거쳐 파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요청 때문이라는 설명은 충분치 않다.
이에 특사 파견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박 당선인의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누차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현정부가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수교 이후 지난 20년 동안 양국 간 경제ㆍ문화 분야의 양적 교류는 비약적으로 팽창했지만 지난해 김영환 고문 파문에서 드러나듯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면 중국과는 불협화음이 발생하기 일쑤였다. 또한 박 당선인이 외교 공약의 최우선 순위로 한미중 전략대화를 구상하고 있어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중국에 특사를 보낸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을 배려하면서 양국관계 개선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사 외교를 통해 대북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를 가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도를 차단하면서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 중인 대북 제재에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취임 후 주변 4강을 순방할 때 외교적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번에 특사를 중국에 먼저 보냈으니 정상회담은 미국과 먼저 해도 중국이 오해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인 셈이다. 박 당선인이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의 특사로 중국을 찾은 전례가 있고, 중국 지도부와의 개인적 유대가 깊어서 중국에 먼저 특사를 보내기로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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