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본부와 학생회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놓고 대학본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대 본부가 17일부터 전체 2,500여 명의 신입생을 4그룹으로 나눠 새내기 대학을 진행하려 하자 학생회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는 16일 "대학본부가 학생들과 상의 없이 새내기대학을 단과대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나 신입생 환영회 일정과 겹치게 배치해 학생 자치행사를 위협하고 있다"며 대학본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양측의 마찰은 대학본부 측이 학생회의 오리엔테이션과 별개로 새내기대학을 처음 운영한 지난해부터 있었다. 올해도 본부 측이 이달 17일, 21일, 23일, 2월 13일 총 네 차례에 걸쳐 2박3일 동안 강원도 한 수련원에서 새내기 대학을 진행할 계획을 또다시 내놓자 학생회가 발끈한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 관계자는 "올해는 설 연휴가 2월 초에 끼면서 선택할 수 있는 날짜가 적어 부득이 겹쳤다"며 "단과대별 새터와 달리 새내기대학은 다른 단과대 학생들 간의 교류가 가능한 등 보완적 요소가 많은 만큼 충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마찰은 양쪽에서 진행하는 행사의 일정 중복 등에 따른 잡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학생의 자치문화 존립'과 '신입생 지도에 대한 학교의 간여'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학생회는 신입생들의 학과생활 적응력을 높이는 한편으로 동아리 등 자치단체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통로로 오리엔테이션을 활용해왔다. 1980,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의식화의 장으로 삼았던 학생회와 이를 차단해 보려는 대학 측의 대응으로 매번 대학가에 긴장이 조성되곤 했다.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자 양측은 이날 간담회를 갖고 일부 절충점을 찾았다. 김영오 학생부처장은 "내년부터 새내기대학 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들도 참여시키기로 했다"며 "올해 새터와 일정이 완전히 겹치는 단과대 신입생은 다른 차례의 새내기대학으로 분산시키고 일부 중복되는 단과대는 교통편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주회 연석회의 정책국장은 "새터와 새내기대학 둘 다 참여하려는 신입생에게 주어지는 부담은 여전하다"며 "해마다 반복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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