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훌륭한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한 김준우(19)군의 각오는 남달랐다. 일년여 전만 해도 학교 공부에 흥미도 잃고 자신감도 부족해 밖으로만 나돌았던 문제아가 이제 "최고의 엔지니어"라는 꿈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됐다.
김군이 졸업한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는 정규교육기관이 아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기초학업과 직업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취업준비 과정으로 한국 가톨릭 살레시오 수도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군을 포함한 졸업생 43명은 학업중단, 가출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해 경제적, 심리적 도움이 절실했던 '학교 밖 청소년들'이었다. 최종학력이 중졸이거나 고교 중퇴자인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 동안 이 학교에서 밀링 등 기계가공 분야 이론과 기능을 배웠다.
김군은 이들 졸업생 중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 이전의 삶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중학교 졸업 후 고교에 진학한 김군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방황을 거듭했고 급기야 학교를 그만뒀다. 아르바이트하며 밖으로 떠돌던 김군을 잡아 준 건 우연히 접한 취업사관학교 모집 공고문. 김군은 "공고를 보는 순간 내 인생에 처음으로 찾아온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삶을 바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나라도 더 배우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 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 기계조립기능사 자격증을 딴 김군은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플라스틱 사출성형·금형설계 제작업체인 선양몰텍에 취업했다. 3개월 수습과정 후 정규직이 될 예정이라는 김군은 "누구 못지 않은 기술자가 되어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군을 포함, 전체 인원의 93%에 해당하는 40명의 돈보스코 졸업생이 기계가공 분야 중소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공단 관계자는 "취업사관학교가 정규교육과정은 아니어서 학력을 높일 수는 없지만, 현장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효과적"이라며 "소외된 취약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결국 사회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취업사관학교 과정은 산업인력공단이 2011년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15세 이상 24세 미만의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무료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취업으로 연결해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단은 올해도 150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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