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50) 울산 모비스 감독은 프로농구 최고의 지장으로 꼽힌다. 천변만화하는 용병술로 '만수'리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1998년 프로농구 최연소 사령탑으로 대우 제우스(모비스 전신)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달 400승 고지에 올라서는 금자탑을 쌓았다.
유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올 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프로농구 최고의 공격형 포인트 가드인 양동근(32ㆍ181㎝)이 버티는 앞 선은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인 신인 김시래(24ㆍ179㎝)의 가세로 한층 강화됐고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득점을 올리는 '스윙맨' 문태영(35ㆍ194㎝)의 합류는 '호랑이에 날개 달아준 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모비스는 16일 현재 23승9패로 2위에 머물고 있다. 선두 SK를 따라 잡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 게다가 모비스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1승3패로 SK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 감독은 SK전 열세를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SK의 분위기가 워낙 좋아 정규리그에서 따라잡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SK에 당한 연패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유 감독의 생각이다. 모비스는 지난달 20일 SK와의 홈 경기에서 58-64로 졌고 지난 9일 원정 경기에서 또 다시 70-71로 역전패했다.
결과는 나빴지만 내용을 뜯어볼 때 심각하게 여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유 감독의 낙관론이다. "수비도 잘 됐고 4쿼터까지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다만 마지막에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긴 나머지 집중력이 흔들린 것이 패인이 됐다. SK를 상대로는 충분히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히려 유 감독은 최근 기세가 주춤한 인천 전자랜드가 SK보다 상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모비스는 올 시즌 전자랜드와의 세 차례 대결에서 1승2패로 밀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원정 경기에서 63-81로 대패했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는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하는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 감독이 밝힌 전자랜드가 까다로운 이유는 '외곽 중심의 농구'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리카르도 포웰(30ㆍ197㎝), 문태종(38ㆍ198㎝)의 '쌍포'외에 정병국(29ㆍ183㎝)의 3점포가 만만찮다. 지난달 대패를 당했을 때도 모비스는 3쿼터 중반까지 박빙 승부를 벌이다 이후 외곽포를 집중적으로 얻어 맞고 무너졌다.
외곽포에 의존하는 팀은 인사이드가 강한 팀에 비해 기복이 심하다. 유 감독이 "답을 찾지 못하겠다"고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불붙기 시작하면 막을 수가 없다. 예측해서 차단하기 어려운 공격이다.
모비스는 2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전자랜드와 시즌 4차전 홈 경기를 치른다. 유 감독이 전자랜드를 상대할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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