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의 보잉 787 여객기가 비행 도중 기체에서 연기가 발생해 긴급 착륙하는 사고가 16일 발생했다. 에어버스의 A380 기종과 함께 차세대 항공기로 불리며 세계 각국이 도입 경쟁을 하고 있는 보잉 787 기종은 최근 잦은 연료 누출 사고를 일으켜 항공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오전 8시45분께 일본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공항에 ANA의 국내선 보잉 787기가 긴급 착륙했다. 이 비행기는 이날 오전 8시10분께 야마구치현 우베(宇部) 공항을 출발,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으로 향하던 중 오전 8시25분께 조종실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타는 듯한 냄새가 객실 전체에 확산됐다. ANA에 따르면 조종실의 전자 기기에 배터리 이상을 알리는 신호가 켜졌고 이후 냄새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ANA 측은 비상 착륙을 위해 다카마쓰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고 승객과 승무원 137명은 기체 오른쪽 뒷편 출입구 긴급 탈출용 장치를 통해 모두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 한 명이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부상자 5명이 발생했다. 항공기가 비상 착륙한 다카마쓰 공항은 오전 8시58분부터 활주로를 폐쇄했다.
ANA 측은 하네다 공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는 한편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잉 787기 17대를 긴급 점검해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운항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장관은 "이번 사고는 중대 사고로 연결될 우려가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확실하게 조사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일본항공(JAL)이 보유한 보잉 787 항공기가 8일 미국 보스턴 로건 공항 활주로에서 이륙을 기다리던 중 연료가 새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13일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도 JAL 소속 보잉 787기에서 연료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ANA 소속 보잉 787기도 앞서 11일 나리타공항에서 연료가 유출된 적이 있다.
보잉 787은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 부품 제작에 상당 부분 참여한 데다 ANA가 2011년 세계 최초로 운항에 나서는 등 일본으로서는 애착이 많은 기종으로 알려졌다.
보잉사가 '꿈의 여객기(드림라이너)'로 부르며 2003년 개발을 시작한 보잉 787은 알루미늄 대신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 기체 제작 과정을 단순화하고 연료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계속된 사고로 최근 기체 결함을 의심받고 있다. 지금까지 50대가 팔렸으며 800여대가 예약 주문을 받은 상태다. 한국에는 2016년부터 10대가 들어올 예정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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