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약 한 달 남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다음달 12일 타이완 자이현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그 동안 대표팀은 2006년(1회) 4강, 2009년(2회) 준우승 등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당연히 3회 대회에 대한 야구 팬들의 눈높이도 높아진 상태다. 류중일호 역시 "기적을 만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학과 과학에 기반한 철저한 계산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수학, 투구수 마의 30개를 지켜라
이번 대회 역시 승부의 키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 쥐고 있다. 단기전 특성상 공격 야구 보다 지키는 야구가 승리 확률이 높다. 류 감독은 이미 "한국시리즈에서 효과를 봤던 1+1 방식을 WBC에서도 쓰겠다"고 공언했다. 에이스들이 대거 빠진 공백을 '인해전술'로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투구수에 대한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 WBC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투구수를 비롯한 대회 요강을 확정해 발표했다. 1라운드 최대 투구수는 65개, 2라운드는 80개, 4강부터는 95개다. 투수가 50개 이상 던지면 반드시 나흘간 쉬어야 하고 30~50개 사이를 던지면 하루를 쉬어야 한다. 여기에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벤치를 지켜야 한다.
대표팀은 3월2일 네덜란드와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이후 다음날 연습 경기를 소화한 뒤 4,5일 호주, 대만과 연달아 붙는다. 선발 보다는 박희수(30ㆍSK) 정대현(35ㆍ롯데) 오승환(31ㆍ삼성) 등 '불펜 삼총사'의 투구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또 비교적 약한 상대로 평가 받는 네덜란드전에는 필승 불펜 자원을 아껴야 한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게 야구지만 호주와 대만전에 이틀 연속 삼총사를 가동하는 게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물론 마의 투구수 30개를 지켜야 가능하다.
과학, 약점을 파악해라.
류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리그 우승팀 라미고 몽키스에 일격을 당했다. 상대 선발인 로리에 대한 전력 분석이 전혀 되지 않은 결과였다. 당시 류 감독은 "로리의 비디오를 보지 못한 탓이다"고 준비 부족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은 비교적 철저하게 전력 분석을 하고 있다. 유남호 전 KIA 감독과 유지훤 전 한화 수석코치가 전력 분석을 맡아 대만(11월11~12일ㆍ대만 vs 쿠바)과 일본(11월 16~18일ㆍ일본 vs 쿠바)을 다녀왔다. 프로야구의 각종 기록ㆍ통계 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스포츠 투아이에서도 전력 분석 팀을 파견했다.
유남호 전 감독은 '대만 경계령'을 내렸다. "예전에는 한 수 밑으로 여겨졌는데 수준이 높아졌다.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면서 "마이너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많다. 일본 무대에서 뛰는 선수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바는 베이징 올림픽에 비해 전력이 약해졌다"고 했다. 유 감독은 "야수들은 전부 장타력을 갖추고 있고 발이 빠르다. 여전히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들이 많다"면서도 "대만, 일본과의 평가전에선 빠른 공을 던지는 정통파 투수가 없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닌 점은 분명하지만 변화구를 잘 공략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앞으로 더 진행될 철저한 전력 분석이 승부의 또 다른 키가 될 전망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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