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피해보상과 관련해 법원이 7,341억 원의 피해금액을 인정했다. 사고 발생 5년 만에 나온 법원의 첫 손해액 산정으로 12만여 명에 달하는 피해주민들에 대한 배상이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재판부의 인정 금액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산출한 피해액의 4배 가량 되지만 피해주민들이 청구한 4조2,000억 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민들과 국제기금 모두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금액 산정을 위한 민사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가 난 태안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관광객은 5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수산물 위판실적은 반 토막이 났다. 태안 해안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선 기름 찌꺼기가 발견된다. 굴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파괴된 생태계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해안선 인근 주민들은 호흡기질환, 알레르기, 고혈압, 당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특히 사고 당사자 측의 불성실한 대응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이후 56억 원의 배상 책임만을 졌다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뒤늦게 800억 원 정도의 추가 배상액을 제시했다. 주민들이 요구한 5,000억 원이나 실질적 피해 규모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다. 2010년 발생한 멕시코만 유정 폭발사고에 대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200억 달러의 보상기금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법적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주민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태안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건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잊어버리는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다. 사고 당시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자원봉사 대열에 동참했던 열정을 기억하고 '태안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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