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경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전 이후 불안하게 지속되던 양국의 평화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부드루스 마을에서는 17세 소년 사미르 아와르가 총에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국경 울타리에 틈을 내려던 10대를 발견해 구두경고 후 공중에 경고사격을 했다"고 밝혔지만 마을 이장은 "시험을 보고 하교하던 학생들이 국경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서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지자 총격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소년은 소동이 일어난 장소와 떨어져 걸어가다가 총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소년은 머리와 몸통, 다리 등 세 군데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이후 닷새 동안 국경지역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이 소년을 비롯해 4명이나 된다. 가자지구에서는 20대 농부 2명이 11일과 14일 숨졌고 서안지구에서는 구직을 위해 국경을 넘던 노동자가 12일 피격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접근금지 구역이 설정된 가자 국경이 아닌 서안지구에 실탄을 쏘는 일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일련의 발포 행위가 교전규칙에 따른 통상적 대응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강경대응이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표출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휴전에 합의하며 인력ㆍ물자 이동 자유화 등을 약속했지만 그 직후 팔레스타인이 유엔 합의로 국가 지위를 획득하자 대리 징수한 관세 송금을 중단하고 서안지구에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정부는 공무원 수만명의 임금을 체불하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NYT는 최근 서안지구 통치 세력인 파타당과 연계된 무장대원들이 정부에 치안 목적으로 거둬들인 총기를 되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제3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대규모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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