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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번째 작가의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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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번째 작가의 시국선언

입력
2013.01.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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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작가들의 삶은 불평과 질투로 가득 차 있고, 욕망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욕망하여 괴로운 일상뿐이라고 추측한다. 또 누구는 작가들이 특권의식과 그릇된 사고에 대한 자유만을 고집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염려는 작가들이 낸 책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는 정치적 견해 안에서 문학을 얘기할 때 가능한 생각들이다. 반대로 정치적 견해 밖에 위치한 문학을 이해한다는 일은 어쩌면, 한쪽의 그들에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한쪽의 정치 개념으로 보자면, 문학마저 쓸모없는, 불평으로밖에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같은 51%의 정치의식이 확고한 때, 그것은 놀라운 힘으로 발휘될 수 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젊은 작가 137명이 '정권교체 희망 선언문'을 신문매체에 광고로 실었는데, 이로 인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실무를 맡은 손홍규 소설가가 대표 고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둘러싼 각계의 관심과 우려는 젊은 시인과 소설가 137명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시대에 대한 절망과 바람과는 달리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상황을 향한 것이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법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새로운 정권이 어떤 모습과 방법으로 국민들을 통치할 것인지 밝힌 사례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광고는 어떤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방한 것이 아니라, 시국에 대한 선언의 성격이 강하다. 선관위의 해석은 젊은 작가 137인이 모여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인데, 어쨌든, 어떠한 이유로든 법의 판단이 젊은 작가의 선언이 위법임을 결정짓는다면 작가들은 쓰리고 아프게 그 결정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 주, 137인의 첫모임이 있었다. 선언문을 싣기 전에도 모인 적이 없으니, 개중엔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도 많았다. 여러 선배 작가들의 걱정과 애정 넘치는 기고문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들의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었던 이유는, 137인은 어떤 조직이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모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난 주 모임은 다만, 서로의 의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는데, 하나는 우리가 행한 일이 위법으로 판단되면 법의 심판을 불평이나 불만 없이 따르겠다는 것과 고발당한 소설가 손홍규과 함께 136인 모두가 법적인 책임과 도의적인 책임을 같이 나누어지겠다는 것이다. 모임을 이끄는 리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젊은 작가들은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일을 주도한다고 해서 끌려가는 사람들도 아니다. 137인 중 광고실무를 맡은 손홍규나 혹은 몇몇 작가를 주동자로 몰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새로운 시대에 맞지도 않는 촌스런 견해이다. 잘못이 있다면 모두에게 있으니 공평하게 벌을 나누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왜 시국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타당성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 것이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소외되고 탄압받는 시대적 약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삶에서 물러 서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타인의 삶에 개인을 내려놓은 사람들이다. 문학의 터전은 작가 개인의 삶과 영위에 있지 않고, 타인들이 겪는 아픔과 삶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숱한 생명들을 비정규직, 철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의 문턱으로 밀어 넣는 시대적 아픔을 함께 겪겠다는 것이다. 선거 이후, 노동자들의 죽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이 추운 겨울 일곱 명의 노동자가 철탑에서 겨울을 나고 있으며, 강정마을에서는 연일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쌍용차, 재능교육, 콜트콜텍, 현대차, 한진중공업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의 절규가 넘쳐나고 있다.

1월 18일, 소설가 손홍규의 소환 일에 맞춰 138번째 작가의 시국선언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다시 되새겨질 것이다. 그날, 참석했던 한 작가의 말 중, '때리는 매 모두 나누어서 잘 쳐맞고, 우리가 처음 염원했던 희망을 5월19일부터 다시 시작하자.' 5월19일은 이 사건의 공판이 만료되는 날이다. 그렇다, 그때까지 젊은 작가들은 숨죽이며 열심히 펜을 갈고 있을 것이다.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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