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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복원의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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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복원의 첫 단추

입력
2013.01.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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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이 첫 공식일정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고, 시작이 반"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매사가 그렇듯 남북관계도 첫 단추를 잘꿰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단추를 꿰는 방식에 합의하지 못하고 원칙만 강조하다가 임기를 마치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북측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고 남측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인식아래 우리가 갑(甲)이 아니면 관계설정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북한붕괴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동안 북한의 도발은 증대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은 향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원칙을 지킨 정부로 평가받길 희망하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가 풀지 못한 많은 숙제들을 풀어야 한다. 새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하거나 악화된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연평도 사태, 핵과 미사일 능력 향상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비정상으로 보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는 천안함 사태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으로 5ㆍ24 대북제재조치가 취해졌다. 제재 하에선 대화할 수 없다고 북한이 버틸 경우 남북관계 조기 복원은 어려울 것이다. 제재를 풀고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말 광명성 3호 2호기 로켓발사를 강행하고 유엔차원의 대북제재 강화가 논의되고 있어 한국정부가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조치를 먼저 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치 미국 오바마 1기 행정부 출범 직후 북한이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해서 미국의 대북정책 선택을 제한했듯이 이번에도 북한 스스로 남한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정책 선택을 제한하는 선수를 쳤다. 최근 북한이 3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확인되지 않은 첩보성 보도도 나오고 있다.

천안함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향후 남북관계 재설정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천안함폭침에 대해서 북한은 그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면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도 '합리적 의심'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함폭침을 시인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없다는 식으로 나갈 경우 남북관계 복원은 어려울 것이다.

새 정부로선 과거 정부에 있었던 남북현안들을 사건별로 순차를 정해서 풀 여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받는 특사를 교환해서 포괄적으로 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시기에 있었던 남북사이의 불미스런 사태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확약하는 수준에서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연속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남과 북의 권력교체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새판을 짜야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지난 시기에 있었던 남북관계의 여러 불미스런 사건과 사태들에 대한 정리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첫 단추를 꿰지 못한 것은 통일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수위가 통일부 폐지를 들고 나올 정도로 통일부의 역할은 축소됐다. 야당과 각계의 반대로 통일부가 존치되긴 했지만, 이미 힘이 빠진 통일부가 자율성을 가지고 정세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새 정부가 통일부를 존치한 것은 다행이다. 통일은 민족의 숙원으로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 통일문제는 최고지도자의 철학이 민감하게 반영되는 영역이다. 그러다 보니 통일부가 청와대 눈치를 살필 때가 많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통일부는 청와대와 여타 부처를 설득할 수 있는 전문부처로서의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남북관계에 전문식견과 정보, 자료가 축적된 통일부가 한반도 미래기획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해 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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