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휴닥'이라는 별명을 붙인 의사 한 분이 있다. 이 분은 본업으로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도 틈틈이 에세이와 소설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그가 올리는 글의 문학적 수준이 어떠한가는 당연히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의 글이 전하는 온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에 희망과 긍정을 심어주고 있다는 게 중요하니까. 최근 나는 그가 올린 글에서 무척 짜릿한 감동을 받았다. 이런 내용이다. 몹시 붐비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외투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는데, 거기에 열두 살짜리 낯선 소년의 손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는 소매치기가 분명한 그 아이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단다. 아이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하지만 그는 아이의 손을 놓지 않았단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지나야 할 역을 벌써 지나도록, 손에 땀이 나도록." 그는 아이의 손이 따뜻해질 무렵 그 손을 놓아주었단다. 그러자 아이는 안도의 눈물을 떨구고 목례를 하고 내렸단다.
그는 이 글의 끝을 이렇게 맺는다. "그 아이가 훔쳐간 것은 돈 한 푼 안 되는 내 지나간 정거장과 얼마 안 남은 온기, 다 가져가도 되는" 아, 어떤 기성시인의 시보다도 감동적인 절창이다. 이제 밝히겠다. 내가 붙인 '휴닥'이라는 별명이 '휴먼 닥터'의 줄임말이란 걸. 이런 의사들만 있다면 병원 가는 일도 극장에 가는 일처럼 즐겁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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