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10년 만에 우리은행의 울타리에서 나와 독자법인으로 재출범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우리카드 분사에 대한 예비인가 승인을 냈다. 본인가 절차를 거쳐 2월말까지 인ㆍ허가 작업을 완료하면 3월 초 우리카드가 공식 출범한다. 이로써 몇 년 전만 해도 삼성 현대 롯데 등 대기업 계열 카드사들이 주류를 이뤘던 카드업계가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우리카드 분사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리카드는 2002년 초 은행에서 독립했지만 불과 2년여(2003년12월)만에 대규모 손실을 떠안고 은행에 합병됐다. 당시는 카드대란으로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30%에 육박하고 40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쏟아질 때다. 우리카드 역시 1조8,000억원의 손실을 초래하며 은행에 흡수됐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리금융이 다시 우리카드 분사에 성공했다. 당초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다 정부가 체크카드 활성화에 나선 마당에 카드 분사를 승인하는 건 맞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우리금융은 체크카드에 집중하겠다며 끈질기게 설득해 이번에 인가 승인을 따냈다.
현재 우리은행 카드사업 부문 자산은 지난해 9월 기준 3조9,044억원으로 은행 총자산(238조7,166억원)의 1.6% 수준이다. 우리금융 측은 "은행에서 카드사업을 떼어내면 전체 수익의 70%가 편중돼 있는 은행부문의 비중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카드는 금융당국에 약속한 대로 분사 후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 시장을 겨냥한다는 방침이다. 점유율을 보더라도 신용카드 쪽은 6.4%에 불과해 단시일 내 신한ㆍ현대ㆍ삼성ㆍ국민카드 등 선두권을 따라잡기가 힘들지만, 체크카드 분야는 국민(22.5%), 농협(20.1%), 신한(16.3%)에 이어 4위(11.2%)로 경쟁을 해볼만하다. 우리카드는 결제 계좌 잔고를 다 쓰더라도 30만원 한도까지는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상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카드사 간 과열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카드업계 규제 강화 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분사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선 체크카드 활성화를 내세울 수 밖에 없지만 결국 카드사의 중요한 수익은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대출에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 확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년 전 분사한 국민카드 역시 출범 당시엔 공격적 경영을 하지 않겠다며 몸을 바짝 낮췄지만 이후 한 카드로 여러 할인 혜택을 보는 혜담카드 출시 등 각종 신상품을 쏟아내면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한편 우리카드 분사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덩치 큰 우리금융을 한꺼번에 인수할 주체를 찾기 힘든 탓에 계열사를 쪼개 파는 분리매각이 현실적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데, 우리카드 분사가 그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최근 민영화 질문에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올해 안에는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새 정부와의 어느 정도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발언이라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카드업계 전망이 좋지 않아 우리카드 분사가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금융 민영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이라며 "덩치를 줄여 분리매각에 나서면 사려는 곳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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