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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식이 깨진다

입력
2013.01.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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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4단지 84㎡가 11억원에 매매됐다. 비슷한 시기에 팔린 10단지 108㎡보다 1억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84㎡ 매매가 역시 같은 단지 119㎡보다 2,200만원 비싼 11억9,700만원에 팔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상식을 깨는 역전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매매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수요가 중소형과 전세로만 집중되는 탓이다. 올해 획기적인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불황과 맞물려 주택거래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실제 서울의 중소형과 대형 아파트 간 평균 매매가격 격차는 2010년 3.3㎡당 114만원에서 지난해 94만원으로 좁혀졌다. 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가 훨씬 가팔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형(85㎡ 초과) 아파트가 중소형(60~85㎡)보다 싸게 거래되는 가격 역전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과장은 "대형 아파트 가격 하락세는 전국 공통 현상인 만큼 현재 강남의 학군 좋은 곳 중심으로 나타난 가격 역전현상이 다른 지역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기현상도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경기 안성시 아양주공2차아파트 49㎡는 5,2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동일 면적의 매물이 매매가보다 300만원 비싼 5,500만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매매가 실종된 상황에서 전세 수요만 급증한 탓인데, 이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60%가 넘으면 주택매입 수요가 늘어 전세난이 안정화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전국 16개 시ㆍ도 중 광주(75.7%), 대구(73.3%), 경북(70.3%) 등 5개 지역은 전세가율 70%를 웃도는데도 전세대란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우리은행 홍석민 부동산연구실장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대기수요(전세)에 머물면서 전세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주택과 전세 수요 폭증이 이 같은 역전현상을 불러온 만큼 정부가 전세 공급과 거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보금자리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주택거래 활성화와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현재 정부에서 논의 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 취득세 감면 1년 연장 등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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