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지난 11일 감찰위원회를 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15일 오전, 대검 기자실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감찰위원회가 '브로커 검사'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박모(39) 검사, 재심 사건에서 독단적으로 무죄 구형을 한 임은정(39) 검사를 중징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검찰은 "비공개 원칙상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을 했기 때문이다. 기자실은 "어이가 없다"는 분위기였다.
시계추를 지난해 말로 돌려보자. 당시 검찰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김광준 검사 사건,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성추문 검사 사건 등 충격적인 내부 비리가 잇달아 터졌다. 검찰은 "내부 개혁을 하겠다"는 말로 용서를 구했다. 브로커 검사 사건 등 이후 터진 내부 비리에 대해서는 감찰 과정을 공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안간힘을 썼다. 당시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내부 사건을 감추지 않고 공개하면서 다시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검찰은 "우리가 언제 그랬냐?"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박, 임 검사 사건을 '비공개 감찰 사건'이라고 했지만 이것들은 이미 외부에 알려질 만큼 다 알려진 사건이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성추문 검사 사건 당시에는 자발적으로 고해성사식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비공개 운운 하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강도높은 검찰개혁을 공약한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검찰은 유례없는 긴장 상태다. "개혁 요구에 최대한 부응해 검찰의 신뢰를 찾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말뿐이다. 검찰의 신뢰 회복은 새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내부 허물을 가감없이 공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검찰이 이 가장 단순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국민들은 아직 그들에게 걸고 있는 한 가닥의 기대마저 완전히 거두어들일 것이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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