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의원 28명이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예산안을 심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지방의회는 예산안 심사 시 국회법 제84조 5항을 준용한다'는 내용이다. 국회법 84조 5항은 간단히 말해'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을 손댈 경우 상임위의 동의를 얻으라'는 것이다. 쪽지예산을 막자는 취지다.
지방의원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호텔에서 쪽지예산으로 4조원이나 증액해 스스로 국회법을 어긴 국회의원들이 지방의회를 손보겠다는 꼴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정작 이게 아니다. 지방의원들은 10년 가까이 의회사무처 직원 임면권과 의원 보좌관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단체장이 임명하는 직원을 국회처럼 지방의회도 독자적으로 뽑아 독립성을 확보하고 보좌관을 둬 전문성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도 못하면서 무슨 인사권과 보좌관 타령이냐고? 현행법 상 국회의원들은 인턴 포함, 9명의 보좌관을 둘 수 있는 반면 지방의원들은 단 한 명의 보좌관도 둘 수 없다. 지난 통계이긴 하지만 2003년 농수산위 행정사무감사에서 국회의원은 전문의원, 조사관, 보좌관 등 1인당 12.7명의 보좌를 받은 반면 도의원은 달랑 0.1명이었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2009년부터 인사권 독립, 보좌제 도입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본회의 상정 없이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9대 때도 관련 법안은 낮잠을 자고 있다. 왜일까?
국회가 잠재적 경쟁자를 키우기 싫어서 이 법 통과에 미온적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괜히 지방의원에 날개를 달아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민들도 '예산낭비'라는 국회의원의 논리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괜찮고 지방의회 보좌관은 예산낭비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자치단체를 감독해야 할 지방의원의 손발이 다 묶인 것을 알면서도 '감시도 제대로 못한다'고 욕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이범구 사회부 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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