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벌인 패싸움 결과 흑이 좌하귀를 차지하고 백이 우하귀를 챙긴 것은 누가 봐도 백이 훨씬 이득이다. 따라서 흑은 하변 백돌을 맹렬히 공격해서 응분의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
그래서 이창호가 1, 3으로 공격을 시작했지만 4, 6, 8이 좋은 응수여서 더 이상 공격이 어렵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로 포위해서 백돌을 다 잡으러 가고 싶지만 2, 4를 선수해서 자기 돌의 연결 상태를 튼튼히 한 다음 6, 8로 두면 오히려 아래쪽 흑돌이 위험해진다. 할 수 없이 9로 물러섰지만 자연스럽게 10으로 머리를 내밀어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게다가 12 때 13이 경솔했다. 지금은 1, 2를 교환한 다음 3으로 두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실전에서는 반대로 백이 먼저 14로 건너 붙인 수가 좋아서 22까지 아무런 피해 없이 다 살아갔으니 결과적으로 흑이 백을 공격해서 얻은 게 하나도 없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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