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중심이 사측으로 크게 기울어 있는 우리 노사관계에서 가장 약자는 임금노동자 3명 중 1명꼴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은 법적 행정적 보호로부터 외면당하고, 노조로부터도 철저히 소외돼 있다. 2004년 이후 5%를 웃돌았던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최근 오히려 2%대로 더 떨어졌다.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회사가 꺼리는 노조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졌고,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 노조를 견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를 만든 비정규직들은 실제로 처우 개선에 도움을 받았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청소ㆍ경비업에 종사한 노동자 일부는 노조(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가입한 후 임금이 그나마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랐고 휴게공간이 개선되고 별도의 식대도 받게 됐다.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한 민원 행정 서비스 콜센터인 다산콜센터도 지난해 9월 노조가 생기면서 휴식시간이 늘어나고 조기출근과 업무 외 교육이 폐지됐다. 심명숙 다산콜센터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아직까지는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싶어 가입률은 50% 정도"라며 "하지만 하나씩 작은 권리를 찾아가면서 사람들이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처럼 극한에 처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은 2중, 3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데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혜택이 가지 않는 복지의 역설처럼 노동자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이런 현실의 뼈저리게 인지해 관련 법 정비와 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의 양보도 중요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규직이 너무 과보호돼 있어서 기업들이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고 있다"며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고 비정규직의 처우는 올려서 평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가려면 노사정 대타협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새 정부 집권 초기 힘이 강할 때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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