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순 없다.”
사이클 황제에서 약물 황제로 추락한 랜스 암스트롱(42)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 격언을 명심해야만 했다. 금지약물 복용(도핑)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줄기차게 “나는 결백하다”고 항변해 왔던 암스트롱이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쏟아지자 마침내 도핑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15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암스트롱은 14일 고향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와 2시간 30분에 걸친 인터뷰를 갖고 “경기력 향상 약물(PED)을 사용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녹화된 인터뷰는 17일 방송될 예정이어서 암스트롱이 어디까지 도핑을 인정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윈프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인터뷰하러) 왔다”고 밝혀 암스트롱이 솔직하게 관련 사실을 고백했음을 시사했다.
암스트롱의 고백은 그가 지난 12년간 줄곧 약물 복용 의혹을 부인해 왔다는 점에서 극적이다. 약물과 관련한 암스트롱의 거짓말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암스트롱은 나이키 광고에 출연해 “사람들은 내게 무엇에 의지하느냐고 묻지만 내가 의지하는 것은 하루 여섯 시간 엉덩이를 혹사하며 타는 자전거”라고 말했다. 고환암을 극복하며 투르 드 프랑스 경주 7연패를 달성한 2005년에도 세 차례 이상 도핑 사실을 부인했고, 본격적으로 약물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에도 “절대 도핑을 하지 않았고 500차례 검사에서 한번도 문제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암스트롱이 입장을 바꿔 도핑을 시인한 이유를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한다. 뉴욕타임스는 “암스트롱이 도핑 관련자를 밝히는 조사에서 증언에 협조할 경우 미국반도핑기구가 암스트롱의 영구제명 조치를 경감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하우먼 세계반도핑기구 사무총장은 “그 친구(암스트롱)는 수수께끼같은 인물”이라며 “아무도 그의 진짜 의도를 알 수는 없을 것”이라고 암스트롱의 뒤늦은 고백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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