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한솥밥을 먹는다.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매킬로이와 2억 달러(약 2,113억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나이키와 매킬로이는 17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을 앞두고 계약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적과의 동거
나이키와 매킬로이의 계약은 이미 지난해 11월 외신을 통해 알려졌으며 계약 조건은 10년간 2억 달러로 추정됐다. 매킬로이는 2007년 프로 전향 후 자신을 후원해 준 타이틀리스트, 호텔그룹 주메이라와 결별했다.
매킬로이는 나이키가 메인 스폰서인 우즈와 같은 식구가 됐다. 우즈는 매킬로이에게 "축하한다.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매킬로이는 필드 밖에서도 우즈와 라이벌이 됐다. 매킬로이는 나이키의 10년 2억 달러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나이키는 1996년 우즈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후원 계약을 했고, 2000년에는 5년간 1억 달러(당시 약 1,100억원)를 안겨주며 계약을 연장했다. 이는 당시 스포츠 선수가 맺은 후원 계약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번에 매킬로이가 맺은 계약은 1년에 약 2,000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우즈가 받는 돈과 거의 비슷하다.
한해 수입 규모도 가시권
매킬로이가 우즈의 수입을 제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나이키는 우즈의 이름을 딴 고급 골프복 라인을 만들었고, 이 라인 수입의 일정 부분을 우즈에게 주고 있다. 우즈는 나이키 외에도 EA스포츠, 퓨즈 사이언스, 코와, 네트 제츠, 롤렉스, 타트위어, TLC 레이저 아이센터, 어퍼덱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우즈는 지난해 상금으로 738만 달러(약 78억원)를 벌어들여 1,130만 달러(약 120억원)를 획득한 매킬로이에 크게 뒤졌지만 광고 수입 등을 포함해 총 6,120만 달러(약 647억원)를 거둬 들였다. 대회 초청료도 우즈는 200~250만 달러, 매킬로이는 100~150만 달러다.
우즈는 지난해 자신을 후원하는 업체들에 총 1,890만 달러(약 199억원) 정도의 홍보 효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매킬로이는 1,290만 달러(약 136억원 정도의 홍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매킬로이가 우즈에 비해 열 네살이나 어리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신구 골프황제의 장비
매킬로이는 이번 주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골프 클럽, 볼, 신발, 장갑, 의상, 모자, 액세서리까지 모두 나이키 골프 제품을 사용한다.
클럽은 모두 14개로 구성됐다. 매킬로이는 드라이버로 나이키 VR-S 코버트 투어(9.5도)를 선택했다. 기존 아이언 클럽에 널리 적용된 캐비티백 구조를 드라이버에 적용해 임팩트시 더 많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볼에 전달하고 비거리와 관용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우즈는 VR-S 코버트 투어 이전 모델인 8.5도 VR 투어를 사용하고 있다.
페어웨이 우드는 VR프로 리미티드 에디션(15도, 19도), 아이언은 우즈와 같은 VR프로 블레이드(#3~PW)를 사용한다.
웨지는 매킬로이와 우즈 모두 VR프로를 선택했다. 다만, 매킬로이는 54도와 60도를, 우즈는 56도와 60도 웨지를 잡는다.
매킬로이는 골프공의 경우 신제품인 20XI-X를 들고 나온다. 반면 공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우즈는 나이키 원 투어 D 제품을 쓴다.
퍼터는 유동적이다. 나이키는 골프 선수들과 자사 제품을 모두 사용하는 조건으로 후원 계약하지만 특급 선수들에게는 예외 조항을 둔다. 아부다비에 도착한 매킬로이는 나이키 퍼터와 스카티 카메론 퍼터를 모두 연습했다. 우즈도 매킬로이처럼 두 제품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첫 자존심 대결은 중동에서
우즈와 매킬로이는 중동에서 새해 첫 맞대결을 벌인다. 둘은 17일부터 나흘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골프장에서 펼쳐지는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총상금 270만달러)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지난해 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부활한 우즈는 매킬로이와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골프 황제' 자리를 눈 앞에 둔 매킬로이는 이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공동 1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작년 대회까지 톱5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이번 대회는 세계 정상의 자리를 다투는 두 선수가 같은 골프 클럽을 사용해 샷 대결을 벌인다. 세계 골프 팬들에게 많은 화젯거리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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