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인수위에서 '점령군' 색깔을 뺀 것이다. 과거 인수위는 대체로 기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부처 공무원의 관행을 꾸짖는 등 새로운 완장을 찬 이미지를 보여줬다. 5년 전 이명박정부 인수위 때도 노무현정부의 정책 등을 두고 곳곳에서 충돌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는 출발할 때부터 '낮고 겸손한 인수위'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실제 활동에서도 조용한 정권 인수인계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현정부와의 충돌도 될 수 있으면 자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새로운 인수위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수위의 이 같은 스타일은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에서부터 정치색을 배제했다. 친박계 실세들을 2선으로 물러서게 함으로써 '파워게임'을 막았다. 대신 전문성을 기준으로 내세워 대학교수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인수위원으로 임명했다. 인수위를 '실무형'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은 현정부와의 갈등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14일 "2월 25일 취임 전까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인만큼 박 당선인은 새 정부의 성공적인 출범 준비도 중요하지만 현정부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익은 정책 남발과 정책 혼선이 줄어든 것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수위원 개인의 의견이나 각 부처의 보고 내용 등이 뒤섞여서 인수위 입장으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수위는 정부와 인수위 관계자들이 새 정부 정책 방향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쏟아내지 못하도록 적절히 제어함으로써 정책 혼란을 줄였다. 역대 인수위에서 출범 초반부터 굵직한 정책들이 마구 양산돼 쏟아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풍경이다.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철저히 실무형으로 진행하고 업무보고 시간을 1~3시간 안팎으로 최소화한 것도 이런 취지에 따른 것이다. 다만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아울러 논공행상용으로 사용하던 외부 자문위원 선정을 아예 하지 않는 등 군살을 빼고, 명함 없는 인수위를 내세운 것 등도 신선한 시도로 평가된다. 또 인수위에 대한 공무원들의 '줄대기'를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의 전문위원ㆍ실무위원 파견 인선에서 각 부처의 추천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