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소공동 롯데 영플라자 지하1층. 오후 들어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100여명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롯데백화점이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2일부터 13일까지 소녀시대 한시매장(팝업스토어)을 열었는데, 이날 오후 5시부터 소녀시대 사인CD와 쿠션 등으로 구성한 패키지를 90개 한정으로 판매하자 이를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270㎡규모의 지하1층 'Y놀이터'와 39㎡의 1층 '더스테이지'는 단순한 휴게공간이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이 올해부터 독창적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을 모티브로 한 티셔츠와 모자 등 200가지 상품을 판매하자 영플라자 내 최고 인기매장이 된 것이다.
이 기간 매장 방문객은 무려 6만명. 롯데백화점측은 당초 4,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목표했지만, 15배에 달하는 6억3,000만원의 '대박'을 냈다. 특히 고객의 70%가 일본 중국 등 'K팝'에 빠진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프라자 지하 1층은 매장면적도 애매하고 유동고객도 많지 않아 사실상 유휴공간에 불과했는데, 한류스타 콘텐츠를 넣었더니 이렇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스타 콘텐츠'의 위력은 이렇듯 대단하다. 그러다 보니 업계는 점점 더 스타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방식도 한류 아이돌들을 광고모델 정도로 쓰는 차원을 뛰어 넘어, 이들 자체를 콘텐츠로 만든 제품판매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을 대거 보유한 SM(이수만), YG(양현석), JYP(박진영) 등 국내 '빅3'연예기획사들의 참여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들어 한류 스타를 콘텐츠로 이용한 제품판매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작년 12월14일부터 31일까지 영플라자 1층 더스테이지에서 YG엔터테인먼트와 소속 가수 싸이와 빅뱅의 지드래곤 캐릭터로 벽면을 꾸미고, YG의 의류와 잡화 브랜드인 '유 그레이트(You Great)'의 제품을 팔았는데 목표보다 120% 높은 4,000만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제일모직은 2013 가을ㆍ겨울 시즌을 목표로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패션기획사(내추럴 나인)까지 공동 설립한 데 이어, 신규브랜드 '내추럴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무대의상제작자 등과 협업하는 등 YG의 창의성과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디자인과 마케팅 전반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의류브랜드 '베네통'은 JYP엔터테인먼트의 2PM과 공동으로 의류앨범을 만들었다. 옷에 부착돼있는 콘텐츠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2PM의 노래와 영상, 화보 등을 내려 받을 수 있는데 11월15일 하루에 1,000장이 모두 팔렸다. 현재 전국 베네통 매장과 JYP스토어, G마켓 영문, 이베이 사이트에서 국내외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시계전문업체 로만손의 보석·가방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도 스타를 활용해 자리 잡은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가방의 경우 윤아 가방, 태연 가방 등 소녀시대가 직접 고르고 사용한 제품을 부각시키고, 사인 가방을 한정 판매하면서 사업시작 2년만에 3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제이에스티나 관계자는 "올해는 할리우드 스타 다코타 패닝, 엘르 패닝 자매를 영입해 다코타 가방, 엘르 가방을 준비했다"며 "면세점 매장 확대 등으로 500억원의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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