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5세 누리과정이 전면 시행돼 사립유치원도 국고 지원을 받지만 사립유치원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정부는 별도의 지원금을 줘가며 유치원비 동결을 유도하고 있지만 효과가 적어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시도교육청에 사립유치원 납입금 안정화 추진계획을 포함한 공문을 보내 납입금을 동결하도록 유도하고 최소 인상폭 등 가이드라인 마련하도록 했다. 납입금을 동결한 유치원에 대해서는 학급당 월 25만원을 지원하고 변칙적으로 인상할 경우에는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유치원비를 더 받는 것이 이익인 일선 유치원들은 교과부의 유인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치원비를 올리거나, 편법으로 인상해 지원금까지 챙기고 있다. 지난해 부산 지역 사립유치원 295곳 중 236곳이 납입금을 인상했고, 동결한 곳은 59곳에 불과했다. 서울 지역에서는 사립유치원 700곳 중 312곳이 납입금을 동결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이 중에는 수업료만 동결하고 다른 비용은 인상해 결국 납입금 총액은 인상된 유치원도 포함돼 있다. 경기 지역은 사립유치원 986곳 중 880곳이 납입금을 동결했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았지만, 납입금을 입학금 수업료 수익자부담경비 세 항목으로 나눠 이 중 하나만 동결해도 지원금을 받았다. 결국 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납입금 총액은 증가해도 유치원들은 지원금을 챙겨 세금만 헛되이 낭비된 셈이다.
유치원비는 계속 올라 서울 강남의 한 사립유치원비는 한달 최고 85만원에 이르기까지 했다. 사립유치원 비용이 월 평균 45만원으로 국공립 유치원의 최대 6배에 이르며, 웬만한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립유치원이 마음대로 납입금을 책정해도 교과부가 제재를 가하거나 적정 수준의 납입금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내 한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비 인상은 원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어린이집 보육료의 기준금액을 제시해 상한선을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어린이집은 보육료 뿐만 아니라 특별활동비까지 시군구별로 상한선을 둬 일정 금액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정부와 지자체가 계속 보조금을 주는 등 지원을 해 줬지만, 사립유치원은 1986년 자율화 이후 보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규제하기가 힘들다"며 "누리과정이 확대되면서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비 안정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회계 감사를 실시하겠다던 교과부는 지난해 4곳의 시도교육청을 감사한 후 아직까지 그 결과를 정리하지도 않는 등 사후 처리도 부실했다.
유아교육계 관계자는 "지원 기준이 되는 납입금 항목을 명확하게 하고 총액 상한제 등을 도입해 편법으로 유치원비를 올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고 지원이 시작된 만큼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